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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ICQ, 28년 역사 마침표 찍는다

인스턴트 메신저 ICQ가 오는 6월 26일을 기점으로 종료된다고 운영사 VK가 발표했다. 전성기 시절 90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보유했고 일일 활성 사용자 수는 250만 명이었던 인기 도구였지만 28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ICQ는 1996년 11월 15일 이스라엘 기업 미라빌리스(Mirabilis)가 무료로 공개한 인스턴트 메신저로 너를 찾는다(I Seek You)는 말에서 이름을 따왔다. ICQ는 AOL 인스턴트 메신저인 AIM 클라이언트와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이후 미라빌리스는 1998년 AOL에 인수됐고 2001년에는 등록 사용자 수가 1억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됐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AIM이나 MSN 메신저 등 경쟁 서비스에 밀려났지만 러시아어권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인스턴트 메신저로 남아있었다. AOL은 2010년 ICQ를 러시아 기술기업인 디지털스카이테크놀러지(Digital Sky Technology)에 매각했고 이 회사는 같은 해 Mail.Ru로 사명을 바꿨다. 주력 사업이 이메일 서비스였던 Mail.Ru는 데스크톱 앱이었던 ICQ를 모바일 메신징 앱으로 전환했고 2013년 시점 ICQ 사용자 절반이 모바일 앱을 사용했으며 2014년에는 2010년 인수 이후 처음으로 사용자 수가 증가했다. 또 2016년에는 데스크톱 클라이언트 소스 코드가 아파치 라이선스 하에 깃허브에 공개되기도 했다.

2021년 이메일 서비스에서 소셜 미디어 사업으로 전환한 Mail.Ru는 VK로 사명을 바꿨고 VK는 ICQ를 자사 소셜 미디어 브콘탁테(VKontakte)에 통합하기 위해 새로운 안드로이드/iOS 클라이언트 앱 개발을 시작했지만 프로젝트는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ICQ 모바일 클라이언트 앱 역시 2021년 이후 업데이트가 중단됐고 2023년 7월 시점 구글플레이 스토어와 앱스토어에서 모두 삭제된 게 확인됐다. 이어 VK는 오는 6월 26일 ICQ를 종료한다고 발표한 것.

ICQ 공식 엑스 계정은 발표가 있던 5월 25일 영화 터미네이터 2 마지막 장면에서 용광로에 가라앉는 T-800 GIF 애니메이션을 게시했다. 하지만 공식 계정은 위 게시물 직후 “I’ll be back”이라는 GIF 애니메이션도 올렸다.

보도에선 ICQ 부활을 시사하는 이 수수께끼 같은 게시물과는 별개로 90년대부터 이어져 온 ICQ 유산은 경의를 표할 만하다며 소셜 미디어 이전 시대에 ICQ가 사용자에게 미친 영향은 많은 이들이 오랜 우정을 맺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기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면서 앱이나 소셜 미디어는 언젠가 종료될 수 있지만 이런 플랫폼에서 만들어진 추억은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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