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4월 29일 레이저(Razer)가 선보인 게이밍 마스크 제퍼(Zephyr)와 관련한 허위 표시를 둘러싼 소송에서 레이저가 11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레이저는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2021년 LED와 마이크를 탑재한 고성능 마스크인 제퍼를 발표했다. 내장된 소형 팬에 의한 환기 기능을 갖춘 이 마스크는 의료나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N95 마스크에 상응하는 N95 등급이라고 홍보했다.
FTC에 따르면 제퍼는 출시 당시 교체식 N95 등급 필터를 사용하고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등록되어 있으며 실험실에서 박테리아 99% 여과 효율(BFE) 테스트를 마쳤다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19에 대한 실험은 받지 않았지만 공식 사이트에는 99% BFE 평가에 따라 동등한 기능과 충분한 보호를 제공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실제 제퍼는 N95 인증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FDA나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에 자료를 제출한 적조차 없었다. 레이저가 N95 규격에 관한 표시를 중단한 건 제퍼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나오고 소비자 분노가 높아진 뒤였다.
이 문제를 받아 FTC와 미국 법무부는 레이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캘리포니아 중앙지구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소송장에 따르면 박테리아를 99% 제거하는 건 필터일 뿐이며 마스크 전체가 바이러스로부터 보호를 제공한다는 증거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또 레이저는 마스크 성능이 필터 단독보다 떨어진다는 걸 알고 있었고 제퍼 출시 전 제3자 기관이 실시한 테스트에서 입자 여과 효율(PFE)은 팬을 꺼놓은 상태에서 83.2%, 켜놓은 상태에서 86.3%에 불과했다. 이는 N95 마스크에 요구되는 95% PFE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번에 레이저와 당국이 합의하면서 레이저에는 민사벌금 10만 달러에 더해 제퍼 매출 전액인 107만 1,254.33달러를 지불할 의무가 부과됐다. FTC는 레이저로부터 지불된 제퍼 매출액을 소비자 환불에 사용할 예정이다.
FTC 소비자보호국 측은 이 기업은 전세계 팬데믹 와중에 자사 마스크가 N95 인증을 받은 인공호흡기와 동등하다고 허위 주장을 했다며 FTC는 계속해서 건강과 안전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소비자에게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을 하는 기업에 대한 책임을 추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