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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된 책 90%는 2천부 미만밖에 안 팔린다”

세계 최대 출판사인 미국 펭귄랜덤하우스(PRH)가 2022년 같은 미국 출판사인 사이먼&슈스터(Simon & Schuster, Inc.)를 인수하려 했지만 PRH는 시장 점유율 37%, S&S는 11%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독점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어 정부로부터 소송을 제기 당했다. 결과적으로 합병은 불가능하다는 판결이 내려졌지만 이 판결 재판 기록에는 양사 출판 시장 점유율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실려 있었고 이를 통해 출판된 책이 얼마나 팔리지 않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PRH와 S&S 합병을 둘러싼 재판 기록은 책(The Trial에 전모가 정리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국 5대 출판사는 모두 유명인이나 출판사를 옮겨 다니는 인기 작가에게 지불하는 데 자금 대부분을 쓰고 있으며 여기에 성경, 예전부터의 베스트셀러, 인기 어린이책 같은 범주를 더하면 출판업계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고 한다. 그 외 프로젝트는 남는 자금을 써서 거의 팔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PRH US 전 CEO는 재판기록 속에서 출판업계에 관한 질문에 답변했다. 2018년부터 4년간 업계 전체에서 50만 부 이상 팔린 저자가 몇 명이나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50명 정도였던 것 같다고 답했다. 또 법무부 변호사는 2021년 출판된 5만 8,000권 데이터에서 90%가 2,000부 미만밖에 팔리지 않았고 50%는 12부 미만밖에 팔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2022년 12월까지 PRH CEO를 지낸 마르쿠스 돌은 매년 아이디어 수천 개 중에서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건 극소수 뿐이라며 자신은 편집자와 출판사를 미디어계 실리콘벨리라고 부른다면서 저자와 그들의 꿈, 이야기에 대한 엔젤 투자자로 35%가 수익을 내고 기부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것까지 합치면 50%가 수익이 된다고 밝혔다. 또 나머지는 투자로 출판되는데 어떤 책이라도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동일하게 주어진다는 말로 출판업계 모습을 설명했다.

또 일부 책은 원고료나 인세가 아닌 선납금이 발생하는데 컨설팅업체 베이츠화이트 관계자에 따르면 전체 출판 타이틀 중 2%가 25만 달러 이상 선납금을 받고 있으며 이 2%가 받는 금액이 출판업계 전체 선납금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베스트셀러보다 이 선납금을 받는 사람이 가장 잘 팔리는 저자일 수 있다. 출판 거래를 추적하는 곳(Publisher’s Marketplace)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고액 선납금을 포함한 거래가 233건 확인됐다고 한다.

이런 고액 선납금을 받는 저자에는 유명인, 운동선수, 정치인 등이 포함된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25만 달러 이상 선납금 거래 건수를 보면 고액 선납금 거래는 5대 출판사가 다른 출판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고 그중에서도 PRH가 더 많아 회사가 크고 자금이 많을수록 유리한 출판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합병으로 인한 독점 심화가 문제시됐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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