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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트럭 운전…왜 노동 체험 게임에 열중할까

농촌생활 체험 게임 스타듀 밸리(Stardew Valley)나 트럭 운전수로 유럽을 누비는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Euro Truck Simulator) 시리즈 등 직업을 체험하는 시뮬레이션 게임 장르는 많은 게이머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게임 컨트롤러를 잡고서라도 왜 사람들은 노동에 몰두하고 있을까.

전투기나 거대 메카를 조종하는 게임과 달리 농기계나 트럭 등을 조종하는 시뮬레이터 게임 대부분은 평범한 일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 게임 내용도 비교적 지루한 편이다.

하루 종일 일하는 사람이 게임 속에서도 기꺼이 일하는 이유가 뭘까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면 그렇게 이상한 얘기는 아니다. 대다수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이상적인 직업에 종사할 수 있는 이는 극소수다. 현실 속 많은 일은 성과나 목표가 모호하고 문제가 자주 발생하며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어 스트레스가 쌓인다.

하지만 게임은 다르다. 급여 같은 외재적 동기부여 요인이 없는 대신 게임 속 노동은 누구나 동경하는 직업 체험이나 유능한 관리자라면 반드시 도전해보고 싶은 과제 등 내재적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플레이어에게 확실한 목표, 명확한 피드백, 극복 가능한 과제, 예측 가능한 보상이 제공된다.

산업 심리학계 주류 모델 중 하나인 자기결정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선 내재적 동기부여에 유능성, 자율성, 관계성 3요소가 있다고 주장한다. 유능성은 숙달을 의미하며 자신이 무엇인가에 능숙해지고 있다는 실감이다. 자율성은 스스로 과제 수행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감각이고 관계성은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노동을 시뮬레이션하는 게임이 인생의 휴식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은 2019년 영국 요크대학과 스위스 바젤대학 연구진의 연구에서도 뒷받침된다. 이 연구는 가족 문제, 인간 관계 트러블 등 인생의 어려움을 겪은 이들에게 어떤 게임을 했는지 인터뷰했는데 상당수가 포켓몬스터 시리즈, 오버워치와 함께 스타듀 밸리가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유능성, 자율성, 관계성을 자극하는 방법은 많으며 대부분이 우수한 게임 디자인과 일치하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게임 디자이너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며 실력을 기르고 점차 난이도를 높이면서도 그 성과가 NPC나 다른 플레이어에게 의미 있는 것으로 여겨지게 한다는 설명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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