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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충치 극복할 길 열릴까

인간은 살아있는 동안 치아가 단 한 번만 갈고 한 번 상실하면 거의 되돌릴 수 없다. 충치를 예방하려면 꼼꼼하고 세심하게 치아를 닦는 게 필요하지만 최근 충치 예방을 위한 새로운 방법이 개발됐다고 한다.

충치는 감염성 질환이며 주로 어머니로부터 자녀에게 전염된다고 알려져 있다. 충치 주요 원인균인 뮤탄스 연쇄구균(Streptococcus mutans)은 당질을 좋아하며 대사산물로 젖산을 생성한다. 이 젖산이 치아 법랑질을 탈회시켜 충치를 유발하는 것. 충치에 대한 오래된 기록으론 5,400만 년 전 원시 영장류 화석에서 충치가 발견된 것이다. 당시 과일 섭취량이 많은 시기 충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반면 공룡 치아에서는 충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이는 과일을 많이 섭취하지 않았고 불소 아파타이트가 공룡 치아 법랑질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류 역사상 고대부터 충치 치료가 이뤄져 왔다는 건 치아 삭제 흔적과 미라 충전물에서 확인되고 있다. 유명한 사례로 고대 이집트에 치과 의료 기록이 남아있다는 게 알려져 있다.

충치 증가는 18세기 경으로 곡물과 설탕 섭취가 늘어난 농업 혁명 이후로 여겨진다. 고고학 자료에 따르면 농업으로의 전환으로 많은 집단에서 건강 상태가 악화되고 충치가 증가했다고 한다. 유전학적 연구에서도 농업 시작 시기와 뮤탄스 연쇄구균 증가 시기가 일치한다. 산업 혁명 이후 설탕 섭취가 더 증가하면서 현대까지 충치는 인류에게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플로리다 대학 연구팀은 1970년대부터 충치 예방을 목적으로 뮤탄스 연쇄구균을 연구해왔다. 연구팀은 1980년대 초 뮤탄스 연쇄구균 돌연변이주에서 다른 박테리아 증식을 억제하는 뮤타신을 다량 생산하는 균주와 젖산을 생성하지 않는 균주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2000년 교수팀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뮤타신 생산능이 높고 젖산을 생산하지 않는 BCS3-L1 균주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다. BCS3-L1은 무균 쥐와 인체 실험에서 높은 충치 예방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됐다. BCS3-L1은 이미 루미나(Lumina)와 SMaRT라는 이름으로 상품화되고 있다. 루미나는 전용 치약으로 치아를 꼼꼼히 닦은 뒤 면봉으로 BCS3-L1 균주를 도포하고 30분 가량 음식물 섭취를 자제하면 된다. BCS3-L1이 구강 내에 정착해 충치를 유발하는 뮤탄스 연쇄구균을 대체함으로써 높은 충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BCS3-L1은 30년 이상 기초 연구를 거쳐 개발됐다. 뮤타신 생산능과 젖산 비생성이라는 2가지 특성을 겸비해 충치 예방에 이상적인 성질을 가진 BCS3-L1이 보급된다면 인류가 충치라는 숙적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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