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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 36%는 병증 자각이 없다”

전문가는 치매 환자 3분의 1이 자신이 치매라는 걸 깨닫지 못했다는 보고를 바탕으로 가족 치매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영국치매위원회는 2023년 12월 자국 내 인지 환자 36%가 진단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했다. 이 보고서는 의료 전문가에게 치매 초기 증상을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치매는 본인과 친밀한 이들에게도 큰 고민이다.

아일랜드 더블린시티대학 임상간호학자인 케이트 어빙 교수는 치매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소중한 이들의 평소 생활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치매 초기 증상으로는 기억 문제가 잘 알려져 있지만 스트레스와 슬픈 사건이 기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나이에 따라 인지 기능이 변화하기 때문에 잊어버렸다고 치매가 시작된 건 아니다. 하지만 스트레스 등 다른 원인 탓이라고 결정하는 게 치매 징후를 놓쳐 버리는 원인이 되기도 해 전문가는 이를 진단의 그림자(diagnostic over-shadowing)라고 부른다.

많은 경우 치매는 몇 개월에서 몇 년이라는 기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뭔가를 기억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며칠에서 몇 주라는 짧은 기간에 발생하면 치매가 아닌 더 심각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빠른 의사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반면 치매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공포 중 하나이며 치매에 관한 화제는 피하는 경향이 있다. 또 말해도 부끄러워하거나 다른 친족에게만 얘기하고 본인에게는 상담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엇갈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뢰 관계 소실로 발전하기도 하기 때문에 기억 장애가 있었을 경우나 본인이 기억 문제에 대한 걱정을 입으로 말한 시점에서 본인과 솔직하게 토론하는 게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치매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얘기하는 건 누구에게나 용기가 필요하며 때론 본인이 기억 문제를 부정하거나 전혀 자각이 없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정이나 의견에서 나쁜 점은 그 자체가 치매 증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기억 장애에 대해 누군가가 우려를 표명하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가장 어려운 건 본인이 걱정이 필요 없다며 완고하게 부정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걱정이 필요 없다는 건 알지만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병원에 진찰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기억 장애에는 어느 정도 가역적 원인이 있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 회복시키는 것도 가능하다는 걸 설명해 원인을 없애기 위해 진찰을 하라고 권하는 것도 방법이다.

본인이 진찰에 긍정적이면 미리 경험한 기억 장애 종류나 당시 상황, 기억 장애 영향을 일주일 정도 기록해두면 진단할 때 도움이 된다. 가족 치매 문제에 대해 기억 장애나 망상에는 스트레스가 수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게 일상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가족 관계를 악화시키거나 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선책은 정직하고 개방적인 것이다. 함께 노력하자, 힘이 되고 싶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정면에서 마주하자는 말을 전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만일 본인이 싫어할 것 같으면 다른 가족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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