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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부가 인공석 사용 금지한 이유

대리석은 주방이나 바닥 같은 곳 재료로 인기가 높지만 비싼 탓에 대리석영을 부수고 굳힌 인공석을 자주 사용한다. 그런데 인공석 가공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규폐증(silicosis)이라는 치명적 질병 발병 사례가 급증하면서 호주 정부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공석 사용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규폐증은 이산화규소 분진을 흡입해 발생하는 폐 질환으로 폐에 만성 염증과 결절성 병변이 생겨 피로감 증가, 기침, 가슴 통증, 식욕 부진, 호흡 곤란 등 증상을 일으킨다. 몇 주에서 몇 년간 대량 분진에 노출된 급성 규폐증이라면 호흡 곤란과 체중 감소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2년 안에 호흡 부전에 빠져 죽음에 이르기도 하는 위험한 질병이다.

이전부터 규폐증은 광산 노동자나 석영 장인 등에서 자주 보이는 직업병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20세기 후반에는 선진국에서 규폐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리카를 포함한 인공석을 사용한 카운터톱을 제조, 설치하는 노동자 사이에서 다시 규폐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2023년 연구에선 2019∼2022년 규폐증으로 진단된 캘리포니아주 싱크대 가공업자 52명 사례를 분석해 11명이 폐 이식을 필요로 할 만큼 중증이 되어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있는 걸 확인했다. 많은 인공석에는 90% 이상 비율로 실리카가 포함되어 있어 작업 중 분진을 흡입해 규폐증 발병 위험이 높다고 한다.

카운터톱이나 세면 화장대 등에 사용되는 인공석이 원인으로 규폐증이 되는 노동자가 급증하는 상황에 따라 호주 정부는 연방, 주, 회의에서 인공석 사용을 전국적으로 금지하는 것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금지 조치는 2024년 7월 1일부터 대부분 주에서 시작되며 앞으로는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수입된 인공석 금지에 대해서도 검토할 예정이다. 노동조합이나 보건기관 등은 이번 금지령이 노동자 생명을 구할 것이라며 환영했다.

인공석에 의한 규폐증 증가에 경종은 울려 온 한 의사는 규폐증이 젊은 남성을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15년 이후 호주에선 규폐증 증례가 수백 건이나 보고되고 있으며 노동조합은 인공석이 2020년대 석면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인공석 사용 금지 요구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편 주요 인공석 제조업체인 시저스톤은 이 결정에 대해 깊은 실망을 나타냈다. 인공석만 금지해도 직장 내 규폐증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가장 중요한 건 규폐증 발병률이 상승하는 진짜 원인인 안전 기준 준수와 시행 미비에 대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업계에는 인공석 대체품으로의 이행 기간으로 6개월 유예 기간이 정해져 있다. 다만 시저스톤은 이 기간으론 건설이나 주택 업계에서 중대한 혼란을 회피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업계가 예상되는 대체 제품 수요를 확실히 충족하고 필요한 재원을 가진 가공업자가 다른 제품으로 전환하기 위해 직원을 재편성, 재교육할 수 있도록 하려면 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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