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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소멸과 함께 사라진 유고슬라비아 도메인

한때 남동부 유럽에 있던 유고슬라비아는 해체되며 소멸했다. 한때 유고슬라비아에서 사용되던 도메인 .yu 역시 국가 소멸과 함께 사용되지 않게 됐다.

.yu 같은 최상위 도메인은 1998년 ICANN으로 역할을 옮길 때까지 인터넷 번호 할당 기관인 IANA라는 기관이 각국에 할당하고 있었다. IANA가 .yu 같은 국가 코드를 설정하면 해당 도메인에 대한 모든 정보는 각국 정부 또는 해당 국가 지정 단체가 관리한다.

.yu는 1989년 당시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을 구성했던 국가 중 하나인 슬로베니아 사회주의 공화국 컴퓨터 과학자(Borka Jerman-Blažič) 등에 의해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 인터넷 접속이 진행된 곳에서 시작된다.

1989년 IANA가 .yu 관리를 이들에게 위임하고 유고슬라비아는 1991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yu 도입 몇 달 전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가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고 .yu도 위험해지고 있었다. 이론상 .yu는 슬로베니아 독립과 함께 끝나야 했다.

독립 1년 뒤 유엔에 가입한 슬로베니아는 IANA로부터 새로운 도메인인 .si를 받았고 슬로베니아 정부는 이를 관리하는 새로운 조직인 ARNES를 설립했다. 이 때 원래라면 .si를 사용해야 할 ARNES 과학자는 가동을 시작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몰래 .yu를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ARNES는 이후 2년간 .yu를 계속 사용했다.

한편 슬로베니아 이외에선 사정이 달랐다. 1992년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은 해제되어 새롭게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이 탄생한다. 유엔은 이 새로운 국가에 대해 과학 기술 협력 금지를 포함한 제재를 부과해 회원국 재신청을 요구했고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 과학자는 이후 모든 국네 네트워크 트래픽에서 차단된다. 과학자는 인터넷에 접속하고 싶다면 명칭 분쟁이 해결되고 새로운 도메인이 할당되기를 기다리거나 어떻게든 .yu를 되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을 무너뜨리기 위해 세르비아에 있는 베오그라드대학 연구팀은 IANA 창입 매니저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규제를 무효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2년에 걸친 상호작용 끝에 1994년 봄 .yu를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에 양도하는 걸 동의하고 세계적인 학술 협력을 위해 .yu가 존속하는 걸 결정했다.

2002년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로 이름을 바꿔도 .yu 도메인은 계속 사용됐다. 2006년 몬테네그로가 독립은 선언하며 ICANN은 .yu를 은퇴시키는 조건으로 세르비아용 .rs와 몬테네그로용 .me라는 2가지 새로운 도메인을 만들었고 2010년 마침내 .yu가 폐지됐다.

.yu는 정점에는 3만 2,000개 웹사이트를 호스팅하고 있었다고 한다. 폐지에 따라 .yu 도메인이 있는 4,000개 넘는 웹사이트에 액세스할 수 없게 되어 검색엔진에서 인덱싱되지도 않게 됐다고 한다. 인터넷아카이브 웨이백머신에는 여러 .yu 도메인을 가진 웹사이트가 등록되어 있지만 스냅샷이 불완전하거나 깨진 경우가 많다. 원래 1996년 설립된 인터넷 아카이브에는 유고슬라이바 인터넷 여명기 기록이 없다.

소련에 할당된 .su가 2023년 시점 존속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yu 삭제는 기술적 관점에서 합리적이었을지 모르지만 기준이 평등하게 적용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만일 .yu가 존속한다면 한때 국가 유산을 되돌아보거나 정부에 이의를 제기하는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성과를 보존했을 수도 있고 세르비아 내셔널리즘 상징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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