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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힘으로 읽은 5300년 전 살인사건

과학 기술 발전으로 피해자 사망 시각을 더 정확하게 추측하거나 범죄에 사용된 수단이나 도구를 특정할 수 있는 등 범죄 수사가 고도로 발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빙하에서 발견된 5,300년 전 미라화된 시체가 실은 당시 살인 사건에 휘말렸다는 시대를 넘은 발견을 다뤄 눈길을 끈다.

1991년 9월 19일 등산객 2명이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국경에 있는 알프스 산맥을 오르다가 얼음 속에서 시체를 발견했다. 이 시체는 최근 등산 사고 피해자로 간주됐지만 연구가 진행되며 5,300년 전 미라라는 게 밝혀졌다. 미라는 아이스맨 외치로 명명되며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당초 외치는 목자나 사냥꾼이 악천후에 휘말려 동사한 것으로 추측됐다. 하지만 연구자 사이에서 충격적인 발견이 있었고 지금까지의 생각이 바뀌게 됐다. 외치 시체는 알프스 산맥에서 추위와 햇볕에 잘 드러나기 때문에 건조와 동결을 반복하며 부패로부터 보호됐고 중요한 증거를 과학자에게 남길 수 있었다.

외치는 신장 160cm, 체중은 50kg 정도로 40세에서 50세경 사망했다고 보여진다. 몸은 건강하다고는 할 수 없고 심장이나 위, 장에는 다양한 질환 흔적이 보여지고 있다. 외치가 생존하던 건 기원전 3350년 경으로 추측된다. 이는 금속 정령과 가공 기술이 유라시아 대륙에 퍼지고 있던 시대다. 실제로 외치는 돌화살과 나이프 외에 구리로 만든 물건을 소지하고 있었다.

또 의류에는 양과 염소 모피를 사용하고 식사는 주로 곡물을 섭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축이나 곡물에 가까운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더구나 연구자가 외치 피부를 적외선이나 자외선 등 다양한 전자파로 조사한 결과 외치에는 61개 문신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흥미롭게도 외치 몸을 나쁘게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문신이 배치되어 있는 경향이 있어 문신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한 것보다 치료 선구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자는 지적하고 있다.

외치 시체 연구가 시작한지 10년이 지나면서 CT 스캔에 의해 외치 왼쪽 어깨에 돌화살이 찔린 게 발견됐다. 마찬가지로 오른손에는 회복하기 시작한 깊은 상처가 발견됐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사망하기 며칠 전 외치는 날카로운 칼로 공격받고 이를 방어하려다 손에 부상을 입었다고 봤다. 이 근거로 시체와 함께 소독 효과가 있는 참깨도 발견되어 외치가 스스로 치료하고 있었다고 추측되고 있다.

더 자세한 외치 사망 시기는 외치 소화기관 내에 있던 꽃가루 종류나 서식 장소를 봐선 봄부터 초여름에 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꽃가루 서식지에서 외치는 사망하기 33시간 전 해발 2,500m 부근에 있었다고 생각된다. 24시간 뒤에는 나무가 자라는 해발 1,200m 지점까지 이동하고 죽기 직전에는 벼 등 풀꽃으로 덮인 해발 3,000m 지점에 있었다. 이에 따라 외치는 꽤 당황해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외치는 뭔가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외치의 필사적 도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ᄀᆞ 외치 오른쪽 어깨에 돌화살을 쐈다. 외치 시체는 빙하 속에 보존되어 현대까지 5300년 전 생활과 사건을 전해주지만 누가 죽였고 왜 살인으로 발전했는지 등 자세한 건 얼음과 눈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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