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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경제권을 둘러싼 새로운 경쟁

50년 전 아폴로 계획은 미소 양국의 정치적 긴장이 늘면서 탄생했다. 이제 여러 국가나 민간 기업까지 뛰어들며 다시 달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들이 달을 목표로 하는 건 국가 위신을 위한 게 아니라 제각각 우주에 대한 야망을 달이라는 대상으로 추진하려는 것이다.

1972년 아폴로17호 선장인 유진 서넌은 달에 내려와 달을 걸은 마지막 우주비행사가 됐다. 20년간 계속된 격렬한 우주 개발 경쟁을 거쳐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달이 아닌 태양계 다른 목적지로 로버와 오비터를 보냈기 때문에 달 탐사에 대한 관심은 줄었다. 하지만 40년 이상 지난 뒤에야 달에서 새로운 경쟁이 시작됐다. 더구나 이번에는 보상이 상당히 클 수 있다.

달에는 올해 인도가 남극 첫 미션에 나서 달 착륙에 성공한 4번째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러시아 역시 구 소년 이후 47년 만에 달 탐사기를 발사했지만 달 착륙에는 실패했다. 루나25호가 달 표면에 충돌하는 불행한 결말을 맞은 것.

올해 중에는 일본 소형 달 착륙 실증기나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기업인 인튜이티브머신스(Intuitive Machines) 민간 달 착륙선 등 4개에 달하는 달 탐사 미션이 예정되어 있다. 이런 달에 대한 관심은 냉전 당시 미소간 대립을 훨씬 넘어선 것이다. 오히려 이번 관심은 달 표면에 장기적 주둔 거점을 만들려는 것과 관련되어 민관 모두 달 자원과 높아지는 우주에서의 상업적 이익을 얻으려 한다. 달 표면에 단순히 깃발을 꽂기 위한 국가간 경쟁이 아니라 달 경제권을 구축하려는 목표로 달리는 마라톤인 셈이다.

달 경제권은 밤하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천체를 뒤바꿀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심지어 글로벌 우주 리더로서의 미국의 통치를 끝낼 잠재력까지 갖고 있다. 1950년대 후반 미소는 어떤 쪽이 우주비행사를 달에 내려놓을 기술적 수단을 갖고 있는지 경쟁했다. 존F.케네디 대통령은 달에 가기로 선택했다는 유명한 1962년 연설을 통해 미국이 우주 탐사에서 글로벌 리더로서의 지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어느 쪽이 먼저 달에 도달할지는 상당히 분명했다. 한 전문가는 실제로 아폴로 계획을 통한 경쟁은 접전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당시 경쟁은 미국이 이겼다.

물론 달에서 벌어진 첫 경쟁은 정치적 맥락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에 비해 새로운 경쟁에는 더 많은 유형이 존재한다. 2013년 중국은 달 착륙에 성공한 3번째 국가가 됐다. 중국은 세계적인 우주 개발 경쟁에서 오랫동안 뒤쳐졌지만 이런 지연 문제를 확실히 되찾고 있다. 첫 착륙 완수 이후 2019년 1월 사상 처음으로 달 뒷면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2020년 12월에는 후속 탐사기가 달 표면에서 지구로 샘플을 갖고 돌아왔다. 이어 2024년 5월 창어6호 발사가 예정되어 있어 달 뒷면 샘플을 가져갈 계획이다.

중국은 2030년까지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킬 계획과 달 표면상에서 영구적인 기지를 건설할 계획으로 달 탐사 프로그램을 진전시키고 있다. 2021년에는 중국과 러시아 공동 프로젝트로 ILRS(International Lunar Research Station)가 발표됐고 이후 아랍에미리트연방과 파키스탄 같은 국가도 합류했다.

러시아는 한때 우주 개발 경쟁에서 미국에 대한 주요 경쟁자였지만 이후에는 현저하게 늦어지고 있다. 달 남극에 착륙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는 8월 19일 달 표면 충돌로 끝맺었다. 전문가는 러시아가 어떤 형태로 중국과의 협력 관계에 공헌할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이 훨씬 뛰어난 파트너일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은 우주 계획에서 다른 국가보다 빠른 진보를 보이지만 과연 미국과도 경쟁할 수 있을까. 한 경제학자는 미국의 기세가 쇠약해지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GDP를 기록하는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우주 경제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경제에서 우주 점유율이 줄고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9년간 우주 분야 실질총생산액은 경제 전반 5%에 비해 평균 1년간 3% 성장이었다. 미국 내에서 우주 산업에 대한 화제와 민간 기업 진출이 늘고 있음에도 우주 분야는 다른 경제 분야만한 속도로는 성장하고 있지 않다.

7월 나사 예산을 관할하는 상원세출소위원회가 공개한 2024년 나사 예산안은 253.67억 달러를 할당한다는 것이었다. 이 세출 법안은 나사가 2023년 받은 253.84억 달러에서 조금 줄어든 것이며 바이든 정권이 요구한 272억 달러보다 크게 삭감된 것이다. 다른 국가가 우주 관련 지출에 들이는 금액은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지만 국가별 우주 관련 예산은 점차 늘고 있다. 이에 비하면 미국은 기세를 떨어뜨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물론 당장 미국 우주 경제는 세계 최대 규모지만 전문가는 1위 자리가 보증된 건 아니라고 말한다.

최근 달 경쟁에 참여하려는 건 국가 뿐 아니라 더 많은 민간 벤처도 포함하고 있다.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 등 민간 기업이 달로 향하는 아르테미스 계획 일부를 수행하기 위해 나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이런 민간 기업은 일단 달에 도착하면 각각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어떤 의미에선 우주 개발 경쟁이라고 할 수 있지만 1960년대나 70년대 우주 경쟁과는 다른 것이다. 이제 무인 착륙기를 적어도 달에 내릴 수 있는 민간 기업이 존재한다. 기술이 진화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50년 전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실행할 수 있다.

인튜이티브머신스는 11월 발사가 예정되어 있는 보바-C(Nova -C) 착륙기로 달 착륙을 완수하는 첫 민간 우주 벤처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착륙기는 나사가 상업 달 운송 서비스인 CLPS(Commercial Lunar Payload Services) 일환으로 인튜이티브머신스에 7,750만 달러 계약을 발주한 2019년부터 개발되어 왔다. 노바-C는 나사 페이로드 5개를 달 표면으로 옮겨 미래에서 달에 대한 유인 미션에 유용할 과학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지구 시간으로 14일간 가동한다고 한다.

또 다른 민간 기업인 아스트로보틱테크놀러지(Astrobotic Technology)도 나사 파트너로 자사 개발 달 착륙기를 준비 중이다. 달에 페이로드를 전달하는 건 어디까지나 초기 단계다. 달 표면에 대한 접근이 늘면 과학적 연구 기회가 넓어질 뿐 아니라 광물 자원 채굴과 달 투어 확립을 위해 달에 대한 산업적 이용이 가능해진다.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 DARPA는 8월 앞으로 10년 만에 달을 중심으로 경제권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 기술과 인프라 콘셉트 아이디어를 민간기업으로부터 요구하는 7개월 조사를 시작했다. 이전에는 나사 과학자가 지난 10년간 달 표면 채굴 가능성 탐구 계획을 밝혀 굴착 머신으로 물이나 철, 희귀 금속 등 자원이 추출될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10년이나 20년 뒤에는 달 표면에서 일하고 있거나 이곳에서 이뤄지는 사업을 하는 민간 기업이 몇 개 존재할 수도 있다.

달 상업화와 별도로 현재 진행 중인 달 표면 재방문이라는 목표는 태양계 다른 천체와도 관계가 있다. 미래 우주 비행사는 달을 화성에 도달하기 위한 훈련장으로 사용해 다른 천체에 있는 거주 환경에서의 생활과 일을 배울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도 달은 화성에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플레이어가 달로 향하고 있지만 모두에게 돌아갈 만큼 달 자원은 충분할까. 2020년 나사는 얼어붙은 상태 물이 축적된 영구 그림자가 한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게 달 표면에 흩어져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물이 중요한 재료인 건 얼어붙은 물을 호흡하기 위한 산소로 바꿔 수소를 분리해 로켓용 연료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주로 얼음물 저장고가 존재할 것으로 여겨지는 달 남극 지역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나사는 아르테미스3호 우주비행사가 남극으로 내리기를 원하지만 중국 역시 유인 달 표면 착륙에서 같은 지역에 관심을 두고 있다. 나사 책임자인 빌 넬슨은 중국이 소중한 자원을 빼앗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달에 도달하려는 노력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그는 지난 8월 한 회견에서 지구에서의 중국 정부 행동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들은 남중국해에 있는 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이곳에 군용 활주로를 건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중국이 우주비행사와 함께 남극에 가서 자신의 것이니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이나 국제우주정거장 등을 위해 나사는 유럽우주기관 ESA, 캐나다, 우리나라, 일본 등 각국과 협력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우주 관계에서 미국이 제휴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는 중국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미중간 경쟁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외 국가 입장에서 보면 우주 개발을 경쟁으로 간주하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또 지구상에서 국가를 통제하던 것처럼 우주에서 국가를 통제하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배경에는 국가에 적용되는 우주법이 없기 때문에 달 표면은 무법 천지인 서부 개척 시대와 비슷한 셈이다.

달 크기는 지구 4분의 1 정도다. 물론 그래도 충분히 거대한 천체지만 지구상 자원을 둘러싼 경쟁과 같은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 자원 소유권이 누구에게도 없어 반대로 누구에게나 손에 넣을 기회가 있는 것이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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