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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화산이 발생하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지하 깊숙한 마그마가 폭발해 지상에 분출하는 초거대 분화가 일어나면 지상에 괴멸적 피해가 발생하고 기후를 크게 바꿀 위험성이 지적되고 있다. 이런 분화를 하는 화산을 슈퍼화산(Supervolcano)이라고 부른다.

슈퍼화산 분화는 지구상에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를 합한 것보다 수십 배 강력한 분화를 일으켜 유해한 재와 가스를 지상에 가져오고 기후에 1년간 수세기 분량 변화를 가져온다고 여겨진다. 원래 모든 분화 원인은 2가지다. 하나는 지진 발생원으로 잘 알려진 플레이트 경계에 있다. 지구에는 7개 주요판과 수십 개에 달하는 섬세한 판이 있으며 연간 최대 15cm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이 판 경계에서 한쪽 판이 다른쪽 판 아래로 가라앉게 움직인다. 이 때 판을 구성하는 암석이나 물이 상당히 고온인 지하에서 화학 변화를 일으켜 마그마로 변화한다. 이렇게 태어난 마그마가 축적되어 충분한 양이 쌓이면 지상에 분출된다.

또 다른 원인으로 여겨지는 건 맨틀 융기(mantle plume). 맨틀 융기는 지구 코어에서 맨들 경계, 지표까지 이어지는 비정상적으로 뜨거운 암석 기둥이라고 생각된다. 어디까지나 가설이지만 맨틀은 지구 내부에서 대류 같은 운동을 하고 있어 그 일부가 분출하는 일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분화하고 해도 규모는 크고 작은 다양해 지질학자는 화산 폭발 규모를 화산 폭발 지구 VEI(Volcanic Explosivity Index)라는 지표로 측정하고 있다. VEI는 0∼8로 구분된다. VEI=2 분화에선 2,500m3 수영장 400면이 모두 채워지는 양의 용암이 분출된다는 것. 구분에선 비교적 소규모지만 2021년 발생해 희생자 수십 명을 낸 자바섬 분화 등도 여기에 상당한다고 한다. VEI=2 분화는 연간 10건 정도 발생하고 있다.

2022년 통가에서 발생해 멀리 떨어진 일본에도 분화가 원인이 된 쓰나미가 도달한 통가 화산 분화는 VEI=5로 추정되고 있다. VEI=6이 되면 영향은 더 커지고 1883년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분화에서 날아온 재에 의해 지구 기온이 0.5도 가까이 떨어져 지구 반대쪽까지 들리는 역사상 가장 큰 소리가 발생했다고 한다. VEI=7는 1815년 탄보라산 분화 등을 들 수 있으며 이 분화에선 지구 반대쪽까지 한랭화 영향이 발생하고 수십만 명이 기근으로 아사했다고 한다.

가장 규모가 큰 VEI=8 분화는 최근에도 수만 년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2만 6,500년 전에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분화에선 에베레스트에 해당하는 크기 폭약을 폭발시킨 것 같은 초대규모 분화가 일어나 지구에 한랭화를 가져왔다고 한다. 7만 4,000년 전 토바 호수 분화에선 지구 기온이 4도 저하해 수세기에 걸쳐 가뭄을 가져왔다고 한다.

2억 5,000만 년 전 발생한 시베리아 근처 화산 활동에선 수백만km3에 걸쳐 용암이 분출해 활동은 200만 년간 계속됐다고 여겨진다. 이 영향으로 지구 생물종 90% 이상이 멸종됐고 회복에는 900만 년 정도가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인류는 수백만 년간 파국적 분화에 가까운 규모 분화를 본 적이 없다. 더 작은 규모 분화를 조기에 대책을 세우려면 지중 변화를 감시하고 분화로 인한 기후 변화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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