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리히대학과 인텔 연구팀이 레이싱용 드론 자동 조종 AI인 스위프트(Swift)가 드론 레이싱 세계 챔피언 3명과 레이싱을 하고 승리를 거뒀다고 보고했다. 보드 게임이나 비디오 게임에서 AI가 승리한 예는 지금까지도 있었지만 연구팀은 물리적 스포츠로 AI가 인간에게 승리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AI와 인간이 대전한 건 드론에 탑재된 카메라 영상을 전용 고글로 확인하면서 규정 코스를 날아가는 FPV 드론 레이스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금까지 자율형 드론이 경주용 코스를 비행하려면 외부 위치 추적 시스템을 이용해 드론 궤도를 정확하게 제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인간이 조종하는 드론 2배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세계 챔피언에 도전한 AI인 스위프트는 마치 인간이 전용 고글로 확인하도록 드론에 탑재된 카메라로 수집된 데이터에 실시간 반응해 드론 속도와 위치를 파악하고 레이싱에 대응한다.
스위프는 드론에 탑재된 관성계측장치 IMU와 카메러로 포착한 영상을 분석한다. VIO로 주변 영상 흐름으로부터 가속도와 위치를 파악한다. 게이트 디텍터(Gate Detector)를 통해 드론 레이싱 코스를 구성하는 게이트를 인식한다. 레이싱에선 규정 순서대로 게이트를 통과해야 한다.
코스 클리어 속도를 겨루는 드론 레이싱에선 드론 자세가 상황에 따라 크게 바뀌기 때문에 완전히 상하 반전된 채 게이트를 빠져 나가거나 드론을 90도 기울여 가파른 턴을 그리면서 게이트를 빠져나가는 게 필요하다. 따라서 스위프트는 게이트 네 모퉁이를 개별 인식하고 자신의 드론 기울기를 포함해 게이트를 통과하는 자세와 각도를 조정한다.
분석 결과는 신경망에서 처리되며 스위프트는 강화학습을 수행한다. 학습 결과는 무인 항공기 비행에 실시간 반영되며 비행 중 얻은 데이터가 다시 신경망에서 처리된다. 인간이라면 실제로 드론을 날리면서 서서히 요령을 잡아가는 식이다.
이런 드론과 대전한 건 모두 챔피언 자리를 차지한 적이 있는 3인이다. AI는 한 달간 비행 시뮬레이션을 거쳐 인간과 겨뤘다. 레이싱은 2022년 6월 5일부터 13일까지 취리히 인근 뒤벤도르프 공항 격납고에서 열렸다. 레이싱에선 25×25m 영역에 놓인 7개 사각형 게이트를 올바른 순서로 통과한다. 드론 자세를 반전시키거나 전속력으로 뒤집히거나 하면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스위프트와 인간 차이는 이미 레이싱 시작부터 나타났다. 스위프트는 전혀 낭비 없이 시작 신호와 함께 단번에 드론을 가속하고 불과 0.25초 가량 스위프트 쪽이 빠른 시작을 했다. 인간이 조종하는 드론도 역시 챔피언인 만큼 시작 당시 작은 차이를 유지하면서 스위프트 조종 드론에 따라 붙었다. 하지만 챔피언 드론은 결국 따라잡지는 못하면서 결국 스위프트 조종 드론이 이겼다.
스위프트는 실시간으로 위치와 가속도를 파악해 코스를 최적화한다. 그 결과 챔피언 궤적과 비교하면 스위프트 궤적 쪽이 더 타이트하게 커브를 공략하는 데 성공해 시간 단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연구팀은 인간 조종사는 스위프트보다 적응성이 높았다고 말한다. 인간 파일럿은 새로운 코스에도 곧바로 적응해 드론을 날릴 수 있지만 스위프트는 방 조명 조건이 바뀌는 등 훈련할 때와 다른 조건이면 실패해버리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 중요성은 드론 레이싱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드론 배터리 용량에는 한계가 있으며 AI로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비행하면 드론 유용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우주 탐사 등 다방면에 걸친 용도로 자율형 드론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