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이 아닌 야생동물 사냥이나 동싟물 채집을 생활 기반으로 하는 사냥 채집 사회에선 전통적으로 남성이 사냥을 담당하고 여성이 채집을 담당한다는 성별에 근거한 역할 분담이 있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현대까지 존속하는 60개 이상 사냥 채집 사회에 대해 조사한 연구에선 80% 사회에서 여성도 사냥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몇 년에 걸쳐 인류학자나 고고학자는 인간 사회에는 예로부터 남성과 여성에 의한 분업제가 있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대 어부나 전사에도 여성이 있던 사례가 잇달아 보고되고 있어 사냥꾼은 남성, 채집자는 여성이라는 고정 관념이 무너지고 있다.
새롭게 미국 시애틀퍼시픽대학 연구팀은 남북미, 아프리카, 호주, 아시아, 오세아니아에 걸쳐 현대까지 존속하는 63개 사냥 채집 사회에 대해 지난 100년간 문헌을 조사해 사냥과 채집에 있어 남녀 분업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들 그룹과 함께 살고 이들의 행동을 연구한 논문을 분석했다며 연구자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행동을 기록했다고 말한다. 조사 대상이 된 사냥 채집 사회 중 79%에선 여성 사냥꾼이 존재하고 있으며 여성이 부모가 된 이후에도 역할은 변화하지 않았다는 게 밝혀졌다. 또 여성이 실시하는 사냥은 기회가 있으면 동물을 죽인다는 것 뿐 아니라 70% 이상으로 의도적으로 고기를 획득하는 걸 목적으로 사냥에 나가고 있다는 것. 사냥이 주요 식량원인 사회에서는 100% 비율로 여성도 사냥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는 어머니가 유아를 사냥에 데려가는 경우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여성은 육아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사냥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 사냥 채집 사회 여성은 역사적으로 출산에 관계없이 사냥에 참가하고 있으며 오늘도 사냥에 참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연구팀은 여성은 다양한 도구를 갖고 나가서 동물을 보면 죽였다는 것에 명확한 금기가 없었다며 커뮤니티 모든 이들이 여성이 사냥에 나가는 걸 알고 있었고 이게 그들의 일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같은 커뮤니티 내에서도 남성 사냥꾼과 여성 사냥꾼에선 갖고 있는 도구나 사냥 방법, 사냥 동물 등이 다른 경우도 확인됐다. 필리핀 내 아구타라고 불리는 사냥 채집 사회에선 남성은 주로 활로 사냥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 여성은 활 뿐 아니라 칼도 사용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또 남성은 1명 또는 2명이 사냥을 하는 반면 여성은 더 많은 집단으로 사냥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남성이 사냥꾼, 여성은 채집자라는 고정 관념은 출판 서적 등에 의해 강화되어 왔다고 말한다. 동물을 사냥하는 게 자신의 커뮤니티를 키우는 것으로 이어진다면 여성이 이를 무시할 의미가 없다며 이런 엄격한 역할 분담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