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인 시그나(Cigna)는 자사 의사가 환자 의료기록을 안 보고 보험금 청구를 즉시 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2개월 만에 보험금 결제 30만 건을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에선 주별 보험 관련 법률과 규정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론 보험금을 지불하기 전에 보험 회사 의사가 환자 진단 결과와 의료 기록을 확인해 보험금을 지불할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시그나에선 의료 책임자가 환자 기록을 보거나 의학적 판단을 내리지 않고 알고리즘이 환자 진단 기록을 확인하고 보험금 지불을 검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시그나 전직 직원 출신 의사에 따르면 클릭해 보내는 것만으로 보험금 지불을 거부할 수 있어 한 번에 10초 50회 처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모든 보험금 청구가 이 알고리즘으로 처리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청구 건수 중 어떤 게 알고리즘으로 처리되고 어떤 게 거부되는지는 불명이라고 한다.
이 시스템은 PXDX라고 불리며 전 소아과 의사에 의해 10년 이상 전에 개발됐다고 한다. 보통 보험금 청구는 의사가 고려하지만 대량 청구를 고려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소액 청구에 대해선 시스템을 사용하는 쪽이 비용을 억제할 수 있다.
시그나 한 의사는 PXDX를 이용해 불과 2개월 만에 12만 1,000건 청구를 거부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의사는 같은 기간 8만 건 청구를 거부했다. 한 보험 커미셔너는 의료 기록을 확인하는데 몇 초가 걸리는 게 주 법률을 준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조사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그나 전직 임원은 PXDX가 법적으로 회색 지대일 가능성을 지지하고 있었지만 PXDX 기획안을 법무부에 보내자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밝혀 당시부터 임원 중에선 합법인지 여부에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말한다. 또 시그나 전직 의사 2명은 PXDX는 환자에게 불공평하다고 밝혔다. 한편 시그나 측은 보도 자체가 한쪽에 치우쳐 있으며 불완전하다고 반박했다.
혈액 검사에 의해 비타민D 결핍증으로 진단됐지만 PXDX에 의해 혈액 검사 비용 350달러 지불이 거부된 응급 의사는 시그나 보험금 지불 각하에 대해 독립 외부 기관에 조사를 의뢰했다. 그러자 혈액 검사 7개월 뒤 외부 의사가 혈액 검사는 의학적으로 필요하고 절절한 것이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이 의사는 환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며 결국 최종 목표는 환자를 돌보는 것인데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반문한다. 시그나가 하는 일 자체를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의사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