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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 편집 기술은 얼마나 진보했을까

2018년 중국인 과학자인 하지안쿠이(He Jiankui)가 유전자 편집 기술인 CRISPR-Cas9를 이용해 인간 수정란에 유전자 조작을 실시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유전자 편집된 쌍둥이 아기를 낳았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는 윤리 면에서 큰 비난을 받았고 그는 연금 상태가 된 이후 유죄 판결을 받아 감옥에 복역하게 됐다. 이 사건 이후 4년이 지난 2023년 3월 런던에서 제3회 인간 게놈 편집 국제 서밋이 개최되면서 학술지 네이처가 게놈 편집 기술 진보에 대해 다뤄 눈길을 끈다.

게놈 편집된 쌍둥이 아이는 HIV 감염에 내성이 있다고 발표됐다. 하지안쿠이는 유튜브에 다수 영상을 올려 인간 게놈을 편집하는 의의나 성과를 호소했다. 하지만 이 연구에는 윤리 면이나 과학적 관점에서 다수 비판이 쏟아졌다. 중국 정부는 하지안쿠이 등 팀에게 연구 중지를 명령하고 중국 공안도 수사를 개시하자 하지안쿠이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게 됐다. 2019년 11월에는 그가 행방불명됐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그는 이후 형무소에 복역하다가 2022년 봄 출소했다고 한다.

과학자는 다른 부정한 연구자가 극비로 인간 게놈을 편집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아도 지적한다. 옥스퍼드대학 의료 인류학자인 에벤 킬세이는 2018년부터 몇 년 사이 CRISPR-Cas9로 만든 아이가 더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한다. 프랜시스클릭연구소 생물학자인 로빈 로벨-배지는 태어난 아기 유전자를 조작하는 게놈 편집의 기술적 측면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고 지적한다. 인간 게놈 편집은 아직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기술이며 하지안쿠이 발표 이후에도 인간 게놈 편집에 의해 의도하지 않은 돌연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이나 편집된 세포와 편집되지 않은 세포로 모자이크 태아가 태어날 위험이 지적되는 등 다양한 잠재적 과제가 남아 있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게놈 편집된 배아가 착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견고한 거버넌스 틀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2023년 2월 생물학과 의학 연구에서 윤리적 행동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 전문가는 이 가이드라인이 병원, 연구기관, 대학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민간에서도 첨단 연구가 가능해진 현대 상황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민간 벤처나 개인조차도 첨단으로 해로울 수 있는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지안쿠이는 석방 후 기자회견에서 홍콩에서 유전성 근이영양증 치료에 관한 연구를 실시한다고 밝혔으며 개인 투자자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제기한 더 큰 문제는 디자인 베이비를 만드는 것 자체가 아니라 기존 과학기관 틀에 얽매이지 않는 과학적 실천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배아 인간 게놈 편집이 논란을 일으키는 반면 생식 세포가 아닌 체세포에서 게놈을 편집하는 연구자는 게놈 편집에 의한 유전자 치료를 폭넓게 이용 가능하게 한다는 난문에 임하고 있다. 2018년 체세포 게놈 편집 요법 임상 시험은 거의 없었지만 현재 100건이 넘는다.

하지만 기존 유전자 요법은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게놈 편집 요법도 마찬가지로 전 세계 소수만 이용할 수 있는 가격이 될까 하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2022년 11월 미국식품의약국 FDA는 혈우병 유전자 치료약을 승인했지만 치료 1회당 가격이 350만 달러이며 전 세계 제일 고액 의약품이 되고 있다. 2023년에는 미국과 영국, EU 규제 당국이 유전성 질환인 겸상적혈구증의 CRISPR-Cas9 요법 승인을 검토하고 있지만 겸상적혈구증 환자는 아프리카, 인도, 중동에 많이 볼 수 있으므로 너무 비싸면 많은 환자가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제3회 인간 게놈 편집 국제 서밋에선 저중소득 국가에서 게놈 편집 요법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에 검토하려 한다. 의외로 저중소득 국가에서 게놈 편집 요법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대처에 있어 코로나19의 mRNA 백신 제조 능력 확대가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네이처에 따르면 백신에 포함된 mRNA를 세포에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구조는 RNA를 사용하는 게놈 편집 요법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한 게놈 편집 요법 연구자는 코로나19 유행이 없었다면 지금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5년 전 현재 할 수 있는 일이 가능하냐고 물었다면 불가능하다고 답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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