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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태양‧세균이 얼마나 분해할까

연초에 마린 풀루션 블러틴(Marine Pollution Bulletin)에 발표된 왕립네덜란드해양연구소 논문은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를 쫓고 있다. 인간은 매년 800만 톤에 달하는 플라스틱을 바다에 버린다. 환산하면 1분마다 덤프트럭 가득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는 셈이다. 하지만 또 하나 알려지지 않은 건 이들 중 상당 부분이 어딘가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해수면에 떠서 해변에 발사되는 건 전체 중 1% 정도에 불과하다. 전문가 사이에선 자연 내 어떤 과정이 플라스틱 분해를 돕고 해수에 녹는 게 아닌지 가설이 세워지고 있다. 이번 논문에선 이 수수께끼 열쇠로 태양을 들고 있다.

연구팀은 인간이 해변에서 햇볕에 타는 것처럼 자외선은 플라스틱 폴리머 분자 구조도 열화시킨다며 자외선은 긴 탄소 사슬을 잘게 자른다고 말한다. 플라스틱 열화에 있어서 태양광 작용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팀은 온갖 생플라스틱과 해면에서 채취한 플라스틱을 해수에 넣어 자외선에 맞추고 바다와 같은 상태를 재현했다. 플라스탁에서 분해된 화합물량을 측정한 결과 연간 2%에 해당했다고 한다. 놀랄 수준이 아닐 수 있지만 이게 매년 일어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연구팀은 이 관찰을 다른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이 바다에 버린 플라스틱 20%가 이미 분해됐다는 걸 보여주는 모델을 만들었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건 태양만은 아니다. 연구팀은 해양 플라스틱 분해를 돕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세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양 플라스틱을 먹는 박테리아 연구는 지금까지도 있었지만 연구팀에 따르면 박테리아가 실제로 식품으로서 플라스틱을 이용하는 모습을 관찰해 이 과정을 더 정확하게 측정한 건 처음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특정 박테리아(Rhodococcus ruber)를 해양 플라스틱과 함께 인공 해수에 넣었다. 플라스틱과 세균은 밀폐용기에 들어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측정하면 탄소량을 측정할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따라 세균이 분해하는 폴리머량을 추산한 결과 연간 1.2%라고 한다.

최근에는 플라스틱을 먹는 박테리아 가능성이 조금씩 거론되고 있다. 프랑스 기업인 카비오스(Carbios)가 2021년 박테리아가 플라스틱 쓰레기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시험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물론 실용화에 있어 몇 가지 장애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바다는 크고 해류와 바람도 있고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바다에 박테리아를 넣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디로 갈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 박테리아는 플라스틱을 먹는지 아니면 더 먹기 쉽게 분해하기 쉬운 것을 먹는지, 다른 미생물과의 경쟁은 있는지 등등. 또 해안 지역에선 쉬울 수 있더라도 바다 너머 쓰레기 벨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배나 비행기를 타고 박테리아를 운반해야 하는지 여부 등 따져야 할 게 많다. 이런 점에서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방법이 해양 플라스틱 해소를 위한 의미있는 방법이 아닐 수도 있지만 더 많은 걸 알면 판단이 바뀔지도 모른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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