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파손 비문이나 해독하기 어려운 고대 문자 해독을 AI가 처리하는 것으로 전문가가 몇 시간 걸리는 작업을 불과 몇 초 만에 해낼 수 있다. 독일 루트비히 맥시밀리안 대학 연구팀은 프라그멘타리움(Fragmentarium)이라는 AI가 복잡한 쐐기 문자로 이뤄진 고대 바빌로니아 텍스트를 읽어내고 아름다운 찬송가를 발견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고대인이 남긴 비문은 오랜 세월 부서지거나 풍화되어 읽을 수 없기 일쑤다.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산하 AI 기업인 딥마인드가 개발한 비문 해독 AI인 이타카(Ithaca)는 단편화되어 읽을 수 없는 고대 그리스 비문을 72% 정밀도로 복원할 수 있거나 전문가가 2시간 걸리는 일을 몇 초 안에 수행하는 등 고고학 분야에서 AI 알고리즘이 도움을 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고대 바빌로니아 문자 해독을 AI로 실시하는 전자 바빌로니아 문학 프로젝트가 LMU 연구팀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고대 바빌로니아 문자는 점토판에 쓰였으며 현재는 무수한 단편이 남아 있을 뿐이기 때문에 복원에 시간이 걸리는 것 외에 텍스트는 수메르어와 아카드어 2가지 복잡한 초기 체계로 쓰여 해독이 상당히 어렵다. 4,000년 이상 전 유명 문학인 길가메시 사사시는 19세기 발견 이후 3분의 2만 읽게 됐을 뿐이다.
연구팀은 2018년부터 현존하는 모든 쐐기 문자 디지털화에 임하고 있으며 2023년까지 2만 2,000건 가까운 텍스트 단편을 처리해왔다. 텍스트 단편을 체계적이고 자동 조립할 수 있는 이 데이터베이스는 프라그멘타리움으로 명명됐으며 앞으로 쐐기 문자 사진을 인식하고 쓸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발표에선 프라그멘타리움을 바빌로니아 문학 재구성에 필수적이며 현재 이 재구성을 훨씬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개별 단편을 연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알고리즘을 배우고 있다. 이미 수백 개 사본과 많은 텍스트상 관련성을 확인하고 있으며 2022년 11월에는 길가메시 서사시 최신 연대인 기원전 130년 석판에 속하는 단편을 인식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는 가장 오래된 버전으로 알려진 것보다 수천 년이 경과한 것이라면서 이렇게 늦은 시기까지 길가메시 모사가 이뤄진 건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한다.
연구팀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텍스트와 작성자를 찾았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장르도 발견했다. 그 중 하나가 바빌론 도시에 대한 찬송 텍스트이며 연구팀은 이 발견에 대해 지금까지 바빌론 문헌에는 도시에 대한 찬송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15개를 발견해 프라그멘타리움으로 해독한 것이라면서 프라그멘타리움이 없었다면 복원에 30∼40년은 족히 걸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찬송은 바빌론에 봄이 오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프라그멘타리움 플랫폼은 전 세계 학자가 접근할 수 있어 다양한 프로젝트에 활용되고 있다. 2023년 2월에는 연구팀은 프라그멘타리움을 일반 공개하고 처음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고대 바빌로니아 문자 디지털 버전을 발행할 예정이다. 물론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수천 개 조각이 남아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