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 무리를 만드는 성격을 가지며 개보다 집단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양 무리는 기본적으로 선도하는 양을 따르면서 움직이고 있을 뿐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리를 선도하는 리더가 무리 속에서 자주 교체되며 동시에 개개 양이 가진 지식이 무리 전체에서 공유되면서 집합 지식을 얻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건 훔볼트 대학과 툴루즈대학 등 공동 연구자다. 동물이 무리 전체에서 움직이는 집단행동은 결코 지속적인 게 아니다. 예를 들어 휴식이나 미끼를 취하기 위해 무리 전체가 발을 멈추고 집단행동을 중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물 집단행동을 다룬 지금까지 연구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이동하는 계속된 집단행동을 상정해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무리 집단행동은 개별이 진행 방향에 대해 항상 토론하면서 진행되고 있다고 여겨졌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집단행동에는 어떤 시작과 끝이 있는 간헐적인 것으로 보고 양의 작은 무리 집단행동을 시간 간격을 바꾸면서 자세하게 관찰하고 무리 전체 움직임만으로 개별 양 무리 움직임을 분석하면서 이동 속도와의 상관관계를 평가했다. 그 결과 관측한 무리 움직임이 기존 무리 움직임을 나타내는 모델이나 확장 모델과 일치하지 않는 걸 알았다고 한다.
더구나 무리 속에서 정보가 어떻게 전해지는지 분석한 결과 무리 행동을 나타내는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가 고도로 계층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양 속에서 막연하게 정보가 교환되고 있는 게 아니라 정보를 얻은 한 마리가 같은 커뮤니티에 속하는 복수 양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또 이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는 그룹 내 양 위치와 관련된 것 뿐이라는 것도 밝혀졌다고 한다. 또 실험 결과로 연구팀은 특정 시간만 무리를 이끄는 리더 존재가 있다고 논하고 있다. 중요한 건 무리에서 일어나는 집단행동 각 단계에서 일시적으로 지도자로 일하는 양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는 것. 양은 계층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이용해 함께 행동하고 집단행동 전권을 리더에게 맡기지만 이 리더는 일시적 직책으로 교환이 치열해 곧 다른 양이 리더를 맡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리로 향해야 할 길과 먹이 장소 등 지식을 양 한 마리가 갖고 있다면 이 양이 리더를 맡으면 무리 전체는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양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리더를 맡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집단행동 속에서 일시적으로 무리를 이끌 뿐이다. 이처럼 개별 양이 리더가 되거나 팔로워가 되는 걸 반복하며 개별 양이 갖고 있는 지식이 무리 전체에서 공유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자연 존재하는 동물 집단 전략이 계층적, 민주적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주장한다. 연구팀은 임시 리더 정보가 공동체 내에서 어떻게 공유되고 무리가 정보를 분배하고 처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어린 양과 젊은 양, 성인 양 집단에서 행동 비교를 하고 있다. 또 미로나 넓은 장소 등을 무대로 무리 내에서 이해 대립을 일으킬 가능성도 상정해 무리 전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자세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