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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하는 건 가능할까

SF 세계에선 인간 정신을 컴퓨터로 옮겨 데이터로 영원히 살아가거나 로봇 육체에 복사하는 기술이 그러진다.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올게 될까.

인간의 의식은 뇌내 전기 신호에 의해 생긴다는 말을 들으면 인간 의식도 간단하게 컴퓨터에 옮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실제로 뇌를 얇게 슬라이스하고 고해상도 전자현미경으로 스캔하는 방법으로 정확한 뇌세포와 뇌연결 맵을 작성하는 방법도 고안되고 있으며 미국 알렌뇌과학연구소 연구팀은 2019년 1입방밀리미터 쥐 뇌를 2만 5,000장으로 잘라낸 뒤 전자현미경으로 스캔하고 모든 뉴런 3D 구조를 맵핑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 실험에서 불과 1입방밀리미터 쥐 뇌에서 수집된 총 이미지 매수는 1억장에 달했고 기록된 뉴런은 10만 개, 스냅스 10억 개에 달했다. 전자현미경은 5개월 연속으로 가동해 완성된 데이터 세트 크기는 2PB가 됐다고 한다.

인간 뇌에는 1,000억 개 뉴런이 있다. 3D 구조 맵핑에 걸리는 시간이나 생성되는 데이터세트 크기는 2019년 실험에 비할 바가 아니다. 또 컴퓨터 동작을 뇌와 닮게 하기 위해선 이런 데이터를 대용량 HDD가 아니고 곧바로 액세스할 수 있는 랜덤 액세스 메모리 RAM에 담을 필요가 있지만 그만큼 큰 RAM을 탑재한 컴퓨터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

또 이 방법은 물리적으로 뇌를 얇게 슬라이스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실제로 인간이 뇌를 슬라이스하는 것에 동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1,260입방센티미터에 달한다. 인간 뇌를 읽을 수 있는 정확도로 정확하게 슬라이스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원래 뇌를 슬라이스하려면 그 사람이 죽어야 하지만 뇌는 죽은 직후부터 화학적 변화가 생기고 있어 구조적, 기능적 특성이 생전과 같다고는 할 수 없다. 더구나 아직 비교적 젊은 20세 때 뇌를 업로드할 것인지 아니면 인생 경험을 충분히 쌓은 80세 때 업로드할 것인지 난제도 존재한다.

더구나 뇌 활동을 데이터화하려는 시도에 착수하는 최대 장벽이 되고 있는 게 결국 뇌 활동 근저에 있는 메커니즘은 거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비록 1,000억 개 뉴런 완전한 구조와 시냅스를 재구축해 컴퓨터에 보존, 전송할 수 있게 됐다고 해 이게 어떻게 기능하면 뇌로 부활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물론 뉴런이 국소적인 전기적 변화에 의해 서로 통신을 하고 뉴런끼리나 시냅스를 통한 정보 전달을 하고 있는 등 뇌 활동 일부는 해명되고 있다. 그래도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지만 데이터화된 뉴런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컴퓨터에 업로드하고 영원히 살아가는 건 어렵다.

더구나 뇌를 컴퓨터에 옮겨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에도 의심을 나타내고 있다. 비록 기술적인 모든 일이 해결되고 뇌가 문자 그대로 컴퓨터에 복사되어 뇌 기능의 완전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졌더라도 뇌를 슬라이스한 시점 이미 그 사람은 죽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간과 동물 같은 생물은 살아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이에 따라 심박수 변화, 호흡, 발한 같은 신체적 변화가 나타난다. 신체와 고립된 뇌 데이터만 존재하더라도 생명이나 의식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만일 감각 정보를 제공하는 센서나 운동 시스템이 만들어졌더라도 실제 몸과 완전히 동일한 건 되지 않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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