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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와인 풍미를 바꾸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가 생황이나 농업 등 폭넓은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와인 맛도 기후변화 영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와인은 숙성된 포도를 수확하고 짜낸 과즙을 알코올 발효, 숙성시켜 생산한다. 생산자는 와인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화학적 조건을 분석하고 포도 재배와 수확 단계에서 목표로 하는 와인에 가장 적합한 걸 선택해 고품질 와인을 생산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후 변화에 의한 기후 변화나 이에 따른 산불 등 발생으로 와인 품질이 크게 좌우되고 있다고 한다.

극단적 기후 변화는 원래 와인 근원이 되는 포도나무를 시들게 해버리는 일조차 있지만 보이지 않는 포도 과일 화학 변화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와인 품질을 크게 좌우하는 것으로 포도 광합성에 의해 과실에 축적되는 당도, 포도가 익을수록 분해되어 가는 산, 계절에 따라 축적되는 2차 화합물이 있다. 2차 화합물에는 적포도에 색미를 줘서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는 안토시아닌이나 와인에 떫은 맛을 가져와 과실을 해충으로부터 보호하는 탄닌 등이 포함된다.

이들 와인 풍미에 크게 관여하는 성분은 포도 품종, 재배하느 장소 토양이나 기후 등에 영향을 받으며 기후 변화는 과실에 포함되는 당분, 산, 2차 화합물 균형을 무너뜨려 버릴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포도는 익을수록 산을 분해해 당분을 축적해 나가기 때문에 더 온난한 기후에서 재배된 포도는 당분이 과잉이 되어 달콤한 건포도와 같은 과실이 되어 버린다. 와인 만들기에선 효모가 당분을 소비해 알코올을 생산하기 때문에 달콤한 과일을 사용하면 와인 알코올 함유량이 높아진다고 한다. 실제로 남프랑스 등 온난한 지역에서 만들어진 와인이 알코올 도수가 높은 경향이 있다고 한다.

물론 처음부터 달콤한 와인을 만들려는 생산자가 달콤한 과일을 사용하는 건 문제가 없지만 확실히 신맛이 있는 과일인 와인을 만들려는 생산자에겐 온난화에 의해 과실 당분이 증가하면 맛이 손상되는 문제가 있다. 또 알코올 도수가 너무 높으면 와인 섬세한 맛이 숨겨져 버려 본래 맛을 느끼기 어려워진다는 문제도 있다. 워싱턴대학 식품 화학자 캐서린 로스는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와인이 당분 함유량이 많은 포도 품종 진판델(Zinfandel)에 가까워지고 있어 피노 누아(Pinot noir) 등 냉랭한 기후로 있던 품종 장점을 끌어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만일 와인 맛이 단순히 당분과 산 균형만으로 결정된다면 산 분해와 당분 축적이 진행되어 포도가 너무 달아지기 전에 수확하는 해결책을 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와인 맛에는 안토시아닌이나 탄닌 등 2차 화합물 균형도 중요하기 때문에 농가는 2차 화합물은 적지만 당분량이 최적인 단계에서 포도를 수확하거나 2차 화합물은 많지만 당분이 너무 많은 단계에서 포도를 수확한다.

기후 변화가 와인 풍미에 변화를 일으켜 와인 생산자는 다양한 궁리와 변화를 강요당하고 있지만 와인 맛 변화는 소믈리에에게도 영향을 준다. 이미 와인을 테이스팅해 포도 품종, 생산연도, 생산 지역 추측 등을 요구하는 마스터 소믈리에 인정 시험이 어려워졌다고 알려져 있다.

또 최근에는 기후 변화에 의한 산불도 빈발하고 있지만 포도 과실이 산불 연기에 노출되는 것도 와인 풍미에 큰 영향을 준다. 나무가 타면 발생하는 휘발성 페놀 성분은 포도 표피에서 내부로 침투해 포도 당분과 결합해 글리코시드라는 화합물이 된다. 글리코시드 자체는 무취지만 알코올 발효 과정에서 글리코시드가 분해되면 페놀성 성분이 나타나 독특한 연기 풍미를 만들어 버린다는 것.

이를 스모크 테인트(smoke taint)라고 하며 와인 생산자에게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20년 9월 와인 명산지로 알려진 캘리포니아주 나파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을 때 포도 농가는 자신의 밭 포도는 와인 만들기에 써도 괜찮을지 아니면 수확해선 안될지 알기 위해 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해 6주간 대기 시간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 기간 중 캘리포니아 와인 포도 8%가 썩은 채 방치됐다고 한다.

와인 전문 과학자와 와인 생산자는 기후 변화로 인한 풍미 변화를 다루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 일대에서 생산되는 보르도 와인에선 오랜 세월에 걸쳐 와인 만들기에 사용할 수 있는 포도 품종을 레드 와인용 6종과 화이트 와인용 8종으로 제한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후 변화에 의한 와인 풍미 변화가 문제가 됐기 때문에 2021년 새롭게 레드와인용으로 4품종, 화이트 와인용으로 2품종 사용을 보르도와인위원회가 승인했다. 이런 품종은 어디까지나 풍미를 보충하는 보조 사용에 한정되어 있어 최종 블렌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 이하로 억제하는 것 등이 요구되지만 전통이나 문화에 뿌리내린 와인 만들기에선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또 지금까지와는 다른 품종에 접목을 하거나 태양으로부터 근적외선 일부를 막는 필름으로 포도나무를 덮거나 포도를 세로로 붙이도록 재배하는 것으로 잎 그늘을 만드는 등 다양한 대책을 고안하고 있다. 또 산불 연기로 스모크 테인트가 발생한 와인에서도 적절한 와인과 혼합해 당분을 보충하고 시장에 유통 가능한 수준으로 맛을 개선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한 나파 와인 생산자는 스모트 테인트 와인을 이용한 블렌드 와인에 대해 200달러 와인은 안 되겠지만 40달러짜리는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기후 변화에 의한 와인 풍미 변화는 소비자가 와인을 멀리하게 만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나파나 보르도 레드 와인을 대상으로 한 과고 60년간 와인 등급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와인 품질이 17.3도 평균 생육 온도에서 최고에 이른다는 이전 예측을 뒤집는 것으로 와인 생산자 노력으로 기후 변화에 저항할 수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 생산 업자는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단기적으론 학습 속도가 기후 변화 속도를 능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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