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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전차의 미래

지난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선 우크라이나군에 격파되거나 연료 부족으로 멈춘 러시아 탱크 이미지와 영상이 대량으로 인터넷에 올라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공여한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에 파괴되는 등 탱크 존재 방식을 재검토하는 논의까지 나오기도 한다.

러시아 탱크 전면에는 그라시스(glacis)라고 불리는 장갑이 있어 미사일을 막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면 공격에는 상당히 강하다고 한다. 반면 측면 장갑은 약해진다. 이는 물론 다른 탱크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구 소련 설계 탱크의 경우 그 중에서도 측면 방어력이 낮다고 한다.

물론 가장 약한 건 포탑 일부다. 이 때문에 그라시스에 명중하는 구식 대전차 로켓탄에는 강하지만 150m 높이에서 급강하해 포탑을 노리는 재블린 등에 대해선 충분한 방어력을 발휘할 수 없다.

또 탄약이나 탑승자가 방폭문으로 보호되지 않기 때문에 미사일이 장갑을 관통하면 탄약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설계로 되어 있는 건 유럽 평원을 대규모로 빠르게 달린다는 것, 핵무기로 일망타진이 되지 않도록 탱크끼리 분산시킨다는 걸 상정하고 경량에 기동성이 뛰어나며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소형 탱크가 요구됐기 때문이다.

러시아 T-72는 포탑에 탄약을 공급하는 자동장전장치를 채택해 3명으로 운용이 가능하게 되어 있으며 차체도 콤팩트하다. 덕분에 멀리서 발견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어 이라크 전쟁에선 영국에서 설계된 탱크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미국 M1A1은 T-72보다 더 크고 탑승자도 4명이지만 두꺼운 방폭문으로 탄약을 지킨다. 이처럼 탄약과 탑승자가 함께 하는 설계상 단점으로 인해 러시아 탱크는 우크라이나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러시아 탱크가 우크라이나에서 대량으로 격파된 원인은 탱크 자체 문제 만은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적어도 탱크 774대를 잃었고 이 가운데 절반은 격파되고 3분의 1은 우크라이나에 잡히고 나머지는 파기됐다고 한다. 이는 러시아가 전쟁 전에 보유하고 있던 탱크 3,000대 중 4분의 1이 손실됐다는 걸 의미한다.

러시아 탱크와 장갑차가 이렇게 많이 격파되고 있는 건 주로 2개 무기와 관련이 있다. 첫 번째는 재블린 같은 대전차 유도탄이다. 와이어로 유도하던 초기 대전차 미사일과 달리 재블린이나 영국, 스웨덴이 공동 개발한 NLAW 등은 발사 전 락온하면 인간 조작 없이 자동으로 표적을 추적하는 파이어앤포겟 타입으로 쏜 다음 병사는 곧바로 도망치거나 장소를 바꿀 수 있다. 또 NLAW 등 대전차 미사일은 앞서 밝혔듯 탱크에서 치명적 약점인 포탑을 노리는 톱어택도 가능하다.

2번째 위협은 무장 무인 드론이다. 우크라이나에선 세스나보다 소형 크기인 터키 무인 드론인 바이락탈 TB2가 활약 중이다. 또 우크라이나는 일반 드론에 소련 시절 대전차 수류탄을 단 자폭 드론부터 미국 고도 공격용 드론인 스위치블레이드 같은 무기도 활용하고 있다.

이런 드론이 우크라이나 상공을 날아다닐 수 있는 건 러시아가 개전 직후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완전 제압할 수 없었기 때문에 러시아 전투기가 상공을 순찰할 수 없게 된 게 관계하고 있다. 또 현대 군대는 탱크나 전투기, 보병 등 다양한 요소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제병연합이라는 개념을 중시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방공 수단을 갖지 않고 전장을 방황하는 러시아 부대, 정찰대에서 고립된 전차 부대가 많이 보였다.

이를 통해 러시아가 이 정도까지 어색한 사용법을 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전과만으로 탱크 포기를 말하는 건 실수라는 지적이다. 또 최신 탱크에는 드론 모함 기능을 갖추는 되는 등 탱크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진화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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