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뇌 먹는 살인 아메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담수에 서식하는 아메바 일종인 네글레리아 파울러리(Naegleria fowleri)는 인간 뇌에 감염되면 뇌수막염을 일으켜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기 때문에 뇌식 아메바, 살인 아메바라고도 불린다. 이런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주는 위험성은 어떤 것일까.

미생물 대부분은 인간에게 무해하지만 그 중에는 인간에게 병원성을 나타내는 예외도 존재한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인간의 뇌를 먹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데 인간 면역계에 잘 대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살인 아메바로 불리기도 한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크기가 10∼35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다. 세포와 기타 미생물을 포식해 성장하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호수나 강, 온천 등 담수에 서식한다. 때론 수도관이나 수영장, 분수 등 인간에게 친밀한 장소에서 번식하는 경우도 있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수온이 높을수록 번식하기 쉽기 때문에 수영장과 호수에서 즐기는 여름은 조우하기 쉽다. 인간은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와 접촉을 완전히 피하는 건 어렵다. 온난한 지역에선 수백만 명이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있으며 항체를 가진 사람이 대다수라고도 생각된다.

기본적으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를 포함한 물을 삼켜도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오염된 물속에서 수영하거나 물이 코에 들어가면 치명적인 사태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인간 몸에는 병원체를 배제하는 면역계가 존재하지만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면역계에 잘 대처한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단지 비강 내를 감도하는 것 정도로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비강 내 후각 신경 세포에 도착하면 위험하다. 후각신경세포는 비강 내로 들어온 분자를 잡아 뇌 내에서 후각 정보를 처리하는 후각구에 정보를 전달한다.

신경세포는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신경 전달 물질을 방출하고 특정 수용체가 이런 물질을 인식해 정보를 교환한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신경 전달 물질이 아세틸콜린이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갖고 있어 후각신경세포가 방출하는 아세틸콜린에 끌려 조직에 침투해 버린다.

물론 백혈구 일종인 호중구(neutrophil) 등은 조직에 침투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를 죽이려 한다. 일부는 호중구에 의해 죽지만 대량으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침입하면 최종 목적지인 후각구 그러니까 인간 뇌에 도달하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나온다. 이 과정에는 1∼9일 정도가 걸리며 그 사이에는 인간에는 자각 증상은 없다.

하지만 후각구에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도착하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세포를 공격하는 분자를 방출하고 파편이 된 세포를 먹기 시작한다. 그대로 뇌 내에서 증식하면 입과 같은 빨판이 10개 이상 있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이 상태가 되면 살아 있는 세포를 그대로 먹어 버리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 호중구를 비롯해 호산구(Eosinophil granulocyte), 마이크로글리아(microglia) 등도 응전을 위해 뇌 조직에 침입해 대규모 싸움이 벌어진다.

문제는 면역세포는 인체를 배려해 신중하게 싸우는 게 아니며 싸움에 의해 뇌 조직에도 피해가 미친다는 것이다. 이는 숲속에 있는 늑대를 죽이기 위해 숲을 태우는 것과 같다. 또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면역계 공격을 통과하는데 뛰어나며 일반적인 병원체는 고온 상태라면 활동이 약해지지만 원래 고온 상태에서 번식하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게는 효과가 없다.

이 사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뇌를 계속 망가뜨려 면역세포가 염증을 일으키면 뇌에 많은 체액이 흘러 들어간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뇌 속에 들어가 버린 사람에게 자각 증상을 일으킨다. 두통과 발열, 메스꺼움 등으로 시작되며 착란, 집중력 부족, 발작, 환각 같은 증상으로 발전한다. 또 뇌가 팽창하는 두개골에 의해 일정 이상 팽창이 저해되어 결과적으로 호흡 등을 제어하는 뇌간이 압박받는다.

이런 증상으로 인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감염 일주일 이내에 많은 환자가 사망한다고 한다. 발병한다면 치사율은 97%에 달한다고 한다. 대부분은 환자가 증상을 자각했을 때에는 늦고 효과적인 치료법도 없다.

담수로 생활하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인간 면역계에 잘 대처하는 구조도 불명확하다. 이런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대해 인간은 얼마나 경계해야 할까. 사실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확실히 치명적 병리를 일으킬 수 있지만 1937년 이후 사례는 불과 381건으로 감염은 상당히 드물다. 전 세계에선 2019년 26만 3,000명이 익사했다는 걸 감안하면 담수에 들어가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될 확률보다 익사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중대한 공중 위생 위협이 될 가능성은 낮으며 어디까지나 운이 나쁜 소수에게 치명적인 아메바라고 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뉴스레터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