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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금성 바다는 존재하지 않았다”

태양계에서 수성 다음으로 태양에 가까운 금성은 현재는 고온 고압인 가혹한 행성이지만 과거 금성에 바다가 존재하고 기후도 온난했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40억 년 전 금성과 지구 환경을 시뮬레이션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금성은 탄생부터 지금까지 역사에서 바다를 가진 적이 없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금성 대기 주성분이 이산화탄소이기 때문에 강력한 온실 효과가 발생하고 표면 온도는 460도 가까이에 달하고 지표 부근 대기 압력은 90기압이며 하늘에는 두꺼운 황산 구름으로 뒤덮인 혹독한 행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금성은 지구에 가장 가까운 공전 궤도를 갖고 크기와 평균 밀도도 비슷한 지구형 행성이어서 지구 자매 행성이라고도 한다.

최근에는 각국 우주기관이 금성에 주목하고 있으며 금성 탐사선 러시가 도래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이유 중 하나는 태양이 지금보다 젊고 어두웠던 시절에는 금성이 그다지 고온이 아닌 바다가 있을 만큼 따뜻한 행성이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금성 탐사에 의해 생명 탄생 조건에 중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는 것이다.

표준 태양 모델에 따르면 35억 년 전 태양 밝기가 현재보다 75% 정도 밖에 안 됐으며 과거 연구에선 이 조건에서 금성에 바다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런데 만일 태양이 지금보다 25∼30% 정도 어둡고 발생하는 열이 적었다면 금성보다 더 떨어진 지구는 얼음공이 되어 있어야 하지만 이 시기 지구는 액체 상태 물이 존재한 증거가 있다.

따라서 스위스 제네바대학 연구팀은 40억 년 전 초기 지구와 금성 기후를 시뮬레이션했다. 연구팀은 기상학자가 지구 기후와 미래 변화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정교한 3차원 대기 모델을 이용해 태고 금성과 지구 환경을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당시 금성은 고온 때문에 물이 증기 형태로 존재하고 있으며 행성 전체가 거대한 압력 밥솥처럼 되어 있던 걸 발견했다. 대기 중 수증기가 응축해 구름이 되고 표면에 비를 내리게 하는 수천 년에 걸쳐 금성이 냉각될 필요가 있었다. 냉각은 햇빛을 차단하는 구름이 형성된 경우에만 발생하지만 금성에서 구름이 형성된 건 더 차가운 밤 측면 뿐이었고 햇빛이 닿는 걸 방해하는 밤 측에 강력한 온실 효과를 만들어 금성 전체를 따뜻하게 했다.

그 결과 금성에서 증기가 비가 내려 지표에 쏟아지는 게 아니라 바다가 만들어지는 건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구는 얼음공이 되어버리기는커녕 어두운 태양 덕분에 행성이 적절하게 식어 물이 액체가 되고 바다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만일 지구가 좀더 태양에 가까이 있거나 햇빛이 더 강하거나 했다면 지구는 차가워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태양이 어두웠던 건 지구에게는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수십억 년 전 태양이 어두웠던 건 약한 젊은 태양 역설이라는 지구에 생명이 탄생하는 데 실패라고 지적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매우 뜨거웠던 지구에서 탄생하려고 하는 생명에게 약한 태양은 기회였을지 모른다며 이번 연구는 기존 견해를 뒤집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이론 모델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금성 역사에 대답해줄 중요한 요소라면서 하지만 이 문제를 컴퓨터로 끝낼 수 없으며 직접 확인이나 부정을 하려면 미래에 이뤄질 금성 우주 미션 3개를 통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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