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원 기자
1969년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11호는 무게 32kg인 트랜지스터 수만 개로 구동되고 있었다. 맥북은 무게 2kg 미만에 160억 개에 이르는 트랜지스터를 내장하고 있다. 현대에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자동차, 냉장고 등 온갖 가전기기에 반도체가 사용되고 있다. TSMC는 애플과 인텔, AMD, 퀄컴, 엔비디아 등 전 세계 주요 업체가 설계하는 반도체 제조를 맡은 기업으로 시가총액은 5,500억 달러, 전 세계 시가총액 순위 11위를 기록하고 있는 초거대 기업이다.
TSMC가 제조하는 건 반도체 그러니까 전자기기 내부 부품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는 생소한 기업일 수 있다. 이에 따라 TSMC는 규모에 비해 일반 지명도가 낮은 기업이었지만 2020년 일어난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으로 기회가 급증하고 있다.
반도체 부족으로 가장 영향을 받은 자동차 산업은 다수 업체가 감산과 공장 폐쇄 조치를 단행하고 있으면 총생산량은 1년에 390만 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자도차 산업만 고객이 아닌 만큼 다른 산업보다 우선적으로 자동차 산업에 반도체를 돌리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반도체 부족은 TSMC가 전 세계 반도체 생산 기지로 부상한 대만 본토는 심각한 물 부족에 휩쓸린 것도 한 요인이지만 리우 회장은 반도체를 쌓아두는 기업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주문에서 납품까지 걸리는 리드타임이 증가하며 실시한 연구에선 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 개수보다 출하된 반도체 개수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리우 회장은 공급망 어딘가에서 반도체를 모아 두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TSMC는 이런 조사 결과를 근거로 소중한 고객이라도 급박하다고 생각되지 않으면 반도체 출하를 보류하는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이런 반도체 부족으로 가열되는 건 정부에 의한 반도체 제조업 투자다. 바이든 정권은 국내 반도체 제조에 5년간 5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하고 이에 호응하도록 인텔도 200억 달러를 투입한 애리조나 2공장을 착공했다. 유럽위원회도 2030년까지 반도체 생산 점유율 20% 달성을 목표로 법 정비를 진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정부도 2030년까지 4,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한편 중국 정부도 대규모 투자와 3년간 세율 반감 등 세재 우대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이 상황에 대해 TSMC는 장점이 더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세계에서 5nm 제조공정을 달성한 건 TSMC와 삼성전자 2곳 뿐이다. 그 중에서도 TSMC는 2022년 3nm 제조공정 대량 생산을 할 예정인 데다 2nm 제조공정 생산도 시야에 넣는 독주 상태이며 2021년 4월 시점 3년간 1,000억 달러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TSMC는 반도체 제조를 맡기는 전략을 세운 결과 팹리스 형태로 태어난 곳으로 인텔이나 글로벌파운드리 등 미국 반도체 제조업은 적어도 2세대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중국은 20조 원 부채를 안고 파탄이 난 거액 사기 기업이 나오는 등 실패가 눈에 띄고 있다. 중국은 세계 공장으로 반도체 자국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 중국 측은 대만 독립 전쟁 발언 등으로 악화 일로에 있는 양안 관계 역시 반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바이든 정권은 유사시 대만 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TSMC는 미국이 전체 매출 중 65%를 차지할 뿐 아니라 중국도 연간 3,500억 달러 반도체를 수입하고 있다. 리우 회장은 베이징에 의한 침략 위협은 과장되어 있다며 대만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행동은 절대로 일으키지 않으며 대만 문제는 실질적으로 미국과 중국간 관계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입장에서 전쟁에 반대한다는 취지를 말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지난 5월에도 같은 뜻을 나타낸 바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