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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AI는 특허 발명자 될 수 없다” 판결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뭔가 유용한 물건이나 요리법 같은 걸 창조하거나 어떤 획기적인 방법을 짜내면 해당 특허를 등록하려고 하면 발명자는 누가 될까. 지난 몇 년 동안 AI는 비약적으로 능력을 높여왔다. 예를 들어 직접 그림을 그리는 능력과 문장을 만들 수 있는 능력 그러니까 창의력을 갖춰왔다.

이메지네이션엔진(Imagination Engenes) CEO인 스티븐 탈라 박사는 자신이 개발한 다부스(DABUS)라는 AI가 생각과 기억을 끝없이 반복해 자율적으로 새로운 뭔가를 발명할 수 있는 창의력 엔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부가 발명했다는 특허 안건은 이게 실용적이고 기능적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2019년 탈라 박사는 인간 신경 활동을 모방한 패턴으로 램프가 깜박이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장치를 포함한 특허 여럿을 발명자에 다부스를 기재해 전 세계에 출원했다.

탈라 박사가 자신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건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고 발명가라고 할 정도로 해당 건에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다부스를 발명가로 전 세계에 특허 출원해 다부스와 자신을 전 세계에 홍보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출원된 이상 각국 특허 관련 기관은 심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선 발명자를 살아있는 인간이 아니라는 걸 근거로 발명가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국가별로 AI가 발명한 것에 관한 결정이 나뉘는 상태가 됐다.

이번 판결을 낸 런던항소법원은 판결문에서 특허는 법정 권리이며 인간에게만 주어진다며 인공지능은 권리를 얻을 수 없다고 밝혔다. 대다수 국가에선 권리 부여는 인간에 한정된다는 게 공통된 생각이다. 또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기계가 권리를 취득해도 기계가 이를 행사하는 것도 아니어서 의미있게 들리지도 않을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신약 개발 등으로 AI를 이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허 대상 발명이 있었더라도 발명자에 해당하는 인간이 없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독일 기업 지멘스가 2019년 AI가 개발한 새로운 서스펜션 발명자가 AI라고 특허를 냈지만 인정받지 못한 바 있다.

권리 기반으로 사물을 생각한다면 동물에게는 권리가 있냐는 경우도 과거에 제기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2015년에는 연구기관이 사육하는 실험용 침팬지 권리를 둘러싸고 제기된 소송에서 법원은 침팬지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선 2014년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오랑우탄 자유 박탈로 소송이 일어나자 법원 측은 오랑우탄은 DNA 97%가 사람과 같다는 걸 근거로 인권을 적용해 보호 구역에 대한 해제를 지시하는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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