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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면역체계는 세균과 어떻게 싸울까

바이러스나 세균이 몸에 들어왔을 때 몸에서 제공하는 면역체계가 이들과 싸운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로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세하게 아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먼저 인간 면역체계는 몸에 수백 개 존재하는 림프절로 흉선(thymus), 비장(Spleen) 2개 기관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이 온 몸으로 둘러진 림프라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질병이나 부상에 의해 우리 몸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이물질이 침입한다. 이건 마치 어느 날 갑자기 수많은 외계인이 도시 인프라를 파괴하고 인간을 먹는 침략을 해온 것과 같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인간의 눈에는 조금 손가락에 베인 정도라도 몸속에서 세포가 죽고 일대에 피가 확산되는 재앙이 시작된다. 몸속에 들어간 세균은 새로운 가정을 찾아 돌아다니고 세포 에너지를 빼앗고 근처에 퍼뜨린다. 이 상태가 되면 먼저 세균 침략 충격에서 살아남은 세포가 경보를 발하고 화학물질로 면역체계를 깨운다.

이런 경고에 불려나가는 건 백혈구 일종인 대식세포(Macrophage)다. 대식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크고 보통 세포가 인간 사이즈라고 한다면 대식세포는 검은 코뿔소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대식세포는 신체 일부를 문어 다리처럼 뻗어 세균을 잡는다. 세균을 먹고 소화하고 배설한다. 대식세포는 힘이 다 떨어질 때까지 100개 세균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식세포가 먹을 수 없을 만큼 세균이 많아지면 혈액 중에 존재하는 호중구(neutrophil) 수십만 개가 대식세포가 발한 원호 신호를 잡아 침략 현장으로 향한다. 공격성을 가진 호중구는 세균을 죽이지만 태어난지 며칠 뒤에는 자멸할 운명에 있다. 호중구는 세균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방출하고 때론 인간 세포를 파괴하지만 며칠 내에 자멸해 사람에게 피해가 커질 수는 없다.

자살로 폭발할 때 호중구는 세균을 잡아 죽이는 화학물질을 방출한다. 또 때론 자살한 뒤 호중구가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다고 한다. 전투가 계속되면 전장으로 혈액이 흘러 댐 방류처럼 환부에 혈액이 흐른다. 이 때 일어나는 게 이른바 염증이다. 혈액과 함께 대식세포를 보조하는 보체계(complement) 수백만이 전장에 이송된다.

잘하면 이런 최전선 병사에 의해 침략자는 제거된다. 하지만 세균이 너무 강해 병사가 압도당하면 면역체계 첩보부원인 수지상 세포(Dendritic cell) 차례다. 수지상 세포는 전투 중 세균을 가져와 파괴하거나 몸에 죽은 박테리아와 연결해 세균 정보를 수집한다. 그리고 전장에서 벗어나 면역체계 네트워크인 림프를 통해 전신 세포나 림프절에 정보를 전달한다.

그 밖에 수지상 세포는 전투 지휘관이 되는 T세포(T lymphocyte)를 찾는다. 몸속 T세포는 수십억 존재하지만 특정 세균에 대한 무기를 갖고 있는 T세포는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작업에는 몇 시간이 소요된다.

T세포는 세균을 인식하고 수지상 세포가 T세포를 활성화한다. 몸에 침입한 세균에 적합한 T세포가 활성화되면 T세포는 자신의 클론을 만들어 증식해나간다. 수천으로 증식한 T세포는 2개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싸움을 돕기 위해 곧바로 전쟁터로 향한다. 이 때 전장에서 싸우던 세포는 피폐한 상태다. 며칠 동안 싸움에서 대식세포는 힘을 다해 움직이지 않게 된다.

하지만 새로 온 T세포가 특별한 화학물질을 방출하면 대식세포는 힘을 회복한다. 부활한 대식세포는 세균을 격렬하게 공격한다. T세포 중 다른 그룹은 항체를 생산하는 B세포(B lymphocyte)와 접촉한다. 항체는 세균과의 싸움에서 초병이 되는 단백질이다. 세균을 잡으려고 게처럼 집게를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B세포도 T세포처럼 각각 세균에 대응하는 항체를 만들어내는 게 존재한다. T세포는 1∼2일에 걸쳐 올바른 B세포를 찾아 활성화된 B세포 클론을 만들어내고 증식한다. 충분한 수로 클론이 만들어지면 B세포는 1초에 2,000여 개 항체를 만든다.

이렇게 손가락 부상으로 인한 세균 침입을 받고 일주일 가량 제2선 전력이 모두 도착한다. 항체가 세균을 한 덩어리로 함께 싸울 수 없게 해 공격력을 가진 다른 병사가 이 박테리아를 파괴한다. 그리고 모든 세균이 제거되어 군인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 자원을 낭비하지 않아 이들은 자멸한다. 하지만 일부 T세포는 메모리 T세포(memory T cell)가 되고 같은 세균에 의한 공격에 대비한다. 마찬가지로 B세포도 메모리 B세포(memory B cell)이 되어 항체 미량을 계속 만든다. 이렇게 상처가 막혀 조금 흉터가 남는 것이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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