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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시민 모니터링 도구, 中 판매도?

오라클이 제공하는 도구가 경찰에 의해 SNS 게시물에서 대상을 발굴, 시위 진압을 하는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도구는 미국 국외에 수출되고 있으며 새로 중국에서도 판매를 시작하려 한다는 것.

오라클은 2011년 데이터 검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엔데카(Endeca)를 인수하고 엔데카 인포메이션 디스커버리(Endeca Information Discovery)라는 플랫폼을 발표했다. 엔데카 인포메이션 디스커버리는 데이터 마케팅 등 분야에서 사용 가능한 도구지만 보도에서 입수한 오라클 문서에 따르면 시카고 경찰은 이를 범죄 기록과 비상, 시위 트윗과 매치하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2012년 나토 정상 회의가 시카고에서 개최됐을 당시 대규모 항의 시위가 열렸다. 엔데카 인포메이션 디스커버리는 누군가가 SNS에서 특정 단어를 게시하면 0.5초 뒤에 소프트웨어에 게시를 표시하고 해당 게시물이 삭제되어도 소프트웨어에는 계속 남게 하는 기능을 갖춰 시카고 경찰은 항의라는 단어에 집중하거나 부정적 감정을 정렬해 폭동 진압에 이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9년간 엔데카 인포메이션 디스커버리는 꾸준히 고객을 늘려 시카고 경찰 뿐 아니라 아르헨티나와 핀란드, 아랍에미리트 등 경찰에서도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1999년 설립된 엔데카는 빅데이터 시대 추세에 맞춰 성장해 2003년 CIA가 운영하는 벤처캐피털(In-Q-Tel)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또 빅데이터 분석을 하는 팔란티어(Palantir)도 출자를 발표했다. 2년 뒤에는 IQT가 엔데카를 국방정보국에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테러에 대환 관심이 커지면서 엔데카는 정부기관이 데이터를 시각화하기 위한 도구 중 하나가 됐다는 것이다.

연방기관 지출 기록에 따르면 엔데카는 결국 FBI나 미국 사이버 사령부, 육군 등에서 클라이언트를 획득해갔다. 2008년 엔데카는 아프가니스탄 분쟁과 이라크 전쟁에서 테러 관련 정보를 갖고 있다고 의심되어 체포된 인물이 연행된 관타나모 수용소와 계약을 맺고 2019년까지 지출 기록이 있다.

엔데카는 정부기관에 클라이언트를 얻어간 2000년대 초반 오라클은 경찰에 클라이언트 기반을 구축해갔다. 시카고 경찰과 오라클 사이에 열린 CLEAR(Citizen Law Enforcement Analysis and Reporting) 프로젝트는 사람들의 체포 기록과 조직 구성원에 대한 데이터를 저장한다. 한편 CLEAR이 흑인 차별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활동가들은 내용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오라클은 2011년 11억 달러에 엔데카를 인수할 때까지 경찰은 SNS 게시물을 모니터링하고 개인 정보를 범죄 다발 지역을 특정하는 것 같은 데이터 중심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오라클에 따르면 엔데카 인수는 경찰이 정치적 시위에 기를 쓰는 동안 바뀌었다. 인수 다음해인 2012년 경찰이 시위대를 공격한 5월 20일 오라클 전 직원은 엔데카가 1일 8,000건 트윗을 처리하고 있다고 트위터에 게시하기도 했다.

이 설명에선 경찰이 엔데카 인포메이션 디스커버리를 이용해 국가대테러센터에서 얻은 1만 5,000건 정보를 바탕으로 대상 검색을 하고 원하는 인물 행방 관련 정보를 추렸다고 한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경찰이 영향력 점수별 게시물을 정렬하고 부정적 감정으로 필터링해 특정 사용자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또 경찰이 엔데카 인포메이션 디스커버리에서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긁어오거나 몇 년치 위지 정보가 있는 범죄 사건이나 체포 메모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시카고 경찰이 현 시점에도 엔데카 인포메이션 디스커버리를 이용하고 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오라클은 이런 범죄 수사 도구를 중국에도 판매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케팅 관점에서 미국 정부 기관을 클라이언트로 하는 것과 중국에 도구를 파는 건 상반된다는 지적도 있다. 오라클 CEO는 미국 정부 주도 인공지능 국가 안보위원회 멤버이며 중국 정부가 감시를 위해 AI를 이용하는 건 우리의 가치관에 반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엔데카 인포메이션 디스커버리가 중국에 진출하는 건 오라클의 주장과 모순되지만 보도에선 오라클 직원이 중국 당국 감시 프로젝트를 위해 이 소프트웨어를 홍보하는 자료를 입수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테스트한 도구를 수출하는 건 오라클 이외 주요 기술 기업에게도 보이는 경향이라는 지적이다.

또 이런 데이터 검색 소프트웨어는 오라클 뿐 아니라 블랙매터 시위 진압에 트위터와 제휴 관계에 있는 AI 기업인 데이터마이너(Dataminr) 소프트웨어가 이용됐다는 보도도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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