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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회의가 대면 커뮤니케이션보다 부담되는 이유

코로나19 유행으로 재택 근무를 도입한 기업은 줌 같은 화상회의 도구를 이용한 회의를 늘리고 있다. 그런데 화상회의는 대면회의보다 피곤하다며 불만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화상회의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첫째는 근거리에서의 시선. 보통 대면 회의는 서로 몇m 떨어진 상태이지 자신의 얼굴에서 수십cm 거리에 상대방 얼굴이 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런데 줌 회의에선 PC 카메라 등으로 촬영한 얼굴 부근 영상이 큰 화면에 표시되기 때문에 근거리에서 상대방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가족이나 연인 등이라면 근거리에서 보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직장 동료와 상사라면 수십cm 거리는 너무 짧다. 예를 들어 낯선 사람이 수십cm 간격으로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승객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 시선을 돌리는 것도 근거리에서 친하지 않은 상대방 얼굴을 바라보는 게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뇌는 얼굴에 큰 관심을 기울이며 큰 얼굴을 보면 우린 싸우거나 도망가는 반응을 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말하면 가까이에 매우 큰 인간 얼굴이 자신을 쳐다보면 분쟁이나 짝짓기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을 위한 회의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둘째는 인지적 부하 증가. 화상회의에선 뇌에 미치는 인지적 부하가 대면회의보다 커진다는 지적이다. 대면이라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끄덕임이나 눈 접촉 시도라는 행동도 화상회의라면 카메라 화각에 들어가게 의식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또 상대방이 직접 자신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PC 화면에 비친 자신과 회의 구성원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눈 접촉이 실패하거나 상대방 시선 의도를 오독하는 일이 늘어나 버린다는 것.

또 대면 상호 작용과 화상회의 상호 작용을 비교한 2019년 연구에선 화상화의 쪽이 대면회의보다 15% 큰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도 밝혀진 바 있다. 평소보다 조금 큰 소리로 계속해서 더 큰 부하를 뇌에 걸 수 있다는 얘기다.

셋째는 자신의 얼굴을 계속 보는 부담. 일상 생활에선 자신의 얼굴을 보는 건 거울 앞에 섰을 때나 셀카를 할 때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화상회의에선 화면 가장자리에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얼굴을 계속 보는 건 스트레스로 이어져 무의식적인 자기비판에 연결하거나 정신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넷째는 신체적 부자연스러움. 카메라 화각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화상회의에 참여하는 사람은 해당 범위에서 나오지 않도록 유의한다. 보통 화상회의 동안 의자에 앉은 채이며 얼굴이 되도록 카메라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도록 하면 거의 꼼짝을 할 수 없다. 이 정도는 스트레스를 초래하게 된다.

대면 회의라면 의자에 몸을 앞위로 움직이거나 옆을 향하거나 일어서서 물을 마시고 화이트보드에 뭔가를 쓰는 등 움직일 기회가 의외로 많다. 하지만 화상회의에선 이런 움직임은 심리적 장벽이 높고 작은 기분 전환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화상회의는 스트레스를 낳기 쉬운 다양한 요인을 안고 있지만 화상회의에는 많은 장점이 존재하고 있으며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화상회의는 없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 편안하게 화상회의를 하기 위해 상대방 얼굴을 화면 전체에 표시하는 게 아니라 3분의 1 정도로 크기를 축소하고 상대방 동작을 너무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얼굴을 숨기는 것 같은 조치를 하는 걸 권장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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