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설립한 민간항공우주기업 블루오리진(Blue Origin)이 내년부터 민간 우주 여행 티켓을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6월 20∼21 양일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AWS 퍼블릭 섹터 서밋 2018 기간 중 롭 메이어슨(Rob Meyerson) 수석 부사장이 직접 밝힌 것. 그는 블루오리진이 개발 중인 로켓 뉴셰퍼드에 일반 승객이 탑승해 우주에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가격이나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 실제 우주 여행을 하게 된다면 어떤 비행을 하게 될지 여부도 분명하지 않다.
뉴셰퍼드는 지난 2015년부터 비행 시험을 반복해오고 있다. 부스터는 엘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가 선보인 팔콘9 로켓과 마찬가지로 로켓을 역분사해 다시 지상에 착륙할 수 있다. 여러 번 재활용할 수 있는 것도 같다. 블루오리진 측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발사 중 부스터에 문제가 발생하면 캡슐 바닥에 장착한 로켓 모터를 점화, 빠른 속도로 이탈해 안전한 장소로 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로켓에 승객이 탑승할 캡슐 속은 인간이 활동할 수 있는 기압을 맞추고 큰 창을 배치해 우주 공간에서도 지구의 모습을 관찰하기 좋게 설계했다.
뉴셰퍼드는 캡슐을 포함한 전체 높이라고 해봐야 20m에 불과한(?) 소형 로켓이다. 하지만 100만 마력이 넘는 액체연료 엔진을 이용해 캡슐과 부스터를 단번에 쏘아 올릴 수 있다. 앞서 밝혔듯 부스터를 회수할 때에는 부스터는 기체 상부에 위치한 공기 저항 브레이크를 활용해 지상으로 떨어지는 속도를 낮추면서 상하 핀으로 기체 자세를 제어한다. 지상에서 가까워지면 로켓 엔진을 역분사, 빠르게 하강 속도를 줄인다. 기체 아래쪽에는 착륙용 다리가 위치하고 있다.
뉴셰퍼드는 지난 2015년 4월 시험 발사 당시 최대 추력이 490kN인 로켓 엔진 BE-3을 탑재한 채 고도 9만 3,500m 정도까지 마하3을 기록하고 공중에서 분리, 지상으로 귀환하는 시험을 성공리에 마친 바 있다.
물론 이번 발표에 따라 블루오리진이 내년부터 티켓을 팔게 되더라도 구체적인 가격이나 비행 계획은 알 수 없지만 블루오리진을 비롯해 스페이스엑스와 버진갤러틱(Virgin Galactic) 등 민간우주기업이 같은 목표로 경쟁 중이다. 만일 블루오리진이 내년에 첫 비행에 성공한다면 상당한 관심을 끌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블루오리진은 물론 다음 그림도 그리고 있다. 이 회사의 모토는 그라다팀 페로키테르(Gradatim ferociter)라고 한다. 라틴어로 ‘한 걸음씩 맹렬하게’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블루오리진은 소형 로켓인 뉴셰퍼드 뿐 아니라 지난 2016년 이미 재사용이 가능한 대형 로켓인 뉴글렌(New Glenn)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뉴글렌은 길이는 80∼95m 사이, 직경은 7m, 무게도 45톤에 달한다. 아폴로계획에 쓰였던 새턴V 로켓과 거의 같은 규모를 자랑한다. 스페이스엑스의 팔콘헤비(Falcon Heavy)보다 큰 건 물론. BE-4 엔진 7개를 탑재한다.
BE-4 엔진은 블루오리진이 개발 중인 4세대 로켓 엔진으로 액화천연가스 LNG와 액체산소를 연소해 250톤 추진력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엔진 전체 높이만 해도 4.5m 가량. 기존 뉴셰퍼드에 쓰인 BE-3 엔진은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연소시켰지만 BE-4는 LNG를 썼다. 물론 이는 액체수소와 산소를 연소하는 쪽보다 성능 쪽에선 떨어질 수 있지만 우주 공간에선 더 적당할 수 있고 연료 자체가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블루오리진은 BE-4 로켓 엔진을 직접 개발, 미국산 로켓에서도 많이 쓰이는 RD-180 같은 러시아 로켓 엔진 의존도를 끝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기도 하다.
블루오리진은 지난 2017년에는 뉴글렌의 콘셉트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뉴글렌은 고도 3만 6,000km에 위치한 정지 천이 궤도 GTO(Geosynchronous Transfer Orbit)까지 무게 13톤 화물을 나를 수 있다. 제프 베조스가 지난해 밝힌 바에 따르면 뉴글렌의 첫 발사는 2020년이 될 전망이다.
어쨌든 우주 관광 시대가 좀더 현실화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우주여행이라고 해도 대부분 국제우주정거장처럼 지구 주위를 돌면서 비행한다기보다는 일정 높이까지 상승해 우주까지 도달했다가 무중력 경험을 하면서 지구의 모습을 보고 돌아오는 패턴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우주여행 경쟁이 인류를 새로운 공간으로 이끌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