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토목 기술자 콘라트 추제가 1943년부터 1945년에 걸쳐 개발한 첫 상업용 디지털 컴퓨터로 불리는 추제 Z4(Zuse Z4)는 현재 뮌헨에 위치한 독일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벽 한 면을 차지할 만큼 큰 이 컴퓨터는 오래 전 설명서가 소실되어 박물관 연구원이나 전문가도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해 제한된 지식 밖에 없었다.
그런데 취리히공대에서 기록 보관을 맡은 에블린 뵈슈(Evelyn Boesch)는 자신의 아버지 책 중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그의 아버지는 대학 항공기개발연구소에 있던 스위스항공공학협회와 관계가 있고 그곳에선 1950년대에 추제 Z4를 사용했다고 한다.
ACM(Association of Computing Machinery)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그의 책 안에는 취급 설명서 외에 추제 Z4를 이용해 수행한 P-16 제트 전투기 설계 개발 계산 예를 들어 로켓 궤도와 날개 설계, 떨림 진동 등 다양한 요구 사항 게산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동작은 구동 주파수 40Hz, 연속 속도는 추가로 400ms, 곱셈은 3.5초, 나눗셈과 제곱근 연산은 6초 가량 걸린다. 또 Z4는 스위스에 있는 세계 최대급 중력식 콘크리트 댐을 비롯한 토목 설계에도 사용됐다고 한다.
세계 첫 상용 디지털 컴퓨터라고도 불리는 추제 Z4지만 구조는 2.500개 릴레이를 이용한 전기 기계식이며 오늘날 컴퓨터와 같은 전자회로를 이용하는 게 아니다. 데이터 입출력은 천공 테이프를 이용해 메르세데스가 만든 타자기를 이용한 문자 출력도 가능했다.
콘라트 추제는 나치 정권 하에서 Z4를 개발했다. 따라서 나치는 해당 컴퓨터에 주목해 로켓이나 미사일을 제조하던 강제수용소에 해당 컴퓨터를 설치하려고 했다. 하지만 추제는 이를 거부하고 거대한 전기 기계를 오버슈타인이라는 작은 마을 헛간에 이전하고 전쟁이 종결될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이후 취리히공대에서 연구를 위해 Z4를 입수했고 프랑스 생루이에 있는 연구기관 ISL(The French-German Research Institute of Saint-Louis)을 거쳐 1960년 독일 박물관에 기증됐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