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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7천년 전 인류가 남긴 벽화 속 수수께끼

인류는 고대부터 그림을 사랑해왔다. 그 증거는 벽화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 1만 7,000년 전 인류세(Anthropocene)가 수많은 벽화를 남긴 라스코동굴(Grotte de Lascaux)이 이를 말해준다. 과학 유튜브 채널 쿠르츠게작트(Kurzgesagt)가 이를 설명해 눈길을 끈다.

1940년 9월 어느 날 프랑스 남서부 숲을 산책하던 18세 정비사 마르셀 라비다는 애완견이 큰 구멍에 빠지는 사건을 겪는다. 애완견은 구출했지만 그 다음날 그는 친구 3명을 데리고 애완견이 들어간 구멍을 조사하기로 결심한다. 실제로 구멍이 들어간 이들이 본 건 동굴 한쪽 벽에 그려진 벽화였다.

동굴에는 말과 사슴, 들소 등 동물 벽화가 900점 가까이 있었다. 이 중에는 털 코뿔소 등 멸종한 종도 있었다. 이 벽화는 다느다란 관을 통해 빨간색, 노란색, 검은색 광물 안료를 살포하는 수법으로 그려져 있으며 선명한 색조로 묘사되어 있고 정밀했다. 조사 결과 이들 벽화는 적어도 1만 7,0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판명됐다. 이 동굴이 바로 라스코동굴이다. 마르셀 일행 2명은 동굴에서 본 예술에 깊은 감동을 받아 1년 이상 입구 부근에서 야영을 계속하며 동굴을 지켰다고 한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정부는 동굴 보수를 맡고 1948년 공개한다. 같은 해 동굴을 방문한 피카소는 우리는 새로운 걸 하나도 발명하지 않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라스코동굴 벽화에는 수많은 수수께끼가 있다. 그 중 하나는 구석기 시대 인류에게 중요한 음식이었을 순록 그림이 없다는 것. 또 벽화를 그리는 공간은 충분히 남아 있음에도 발판을 구축하지 않으면 닿지 않는 같은 위치에 벽화를 그린 이유도 알 수 없다. 그 밖에 동물 벽화가 종교적 의미로 그려진 것인지 혹은 이 동물은 위험하다는 실용적 의도를 바탕으로 그린 것인지 벽화를 그린 동기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아 있다.

라스코동물에는 동물 외에도 해석할 수 없는 모양 벽화가 1,000점 이상 그려져 있다. 하지만 현대인이 의미를 알 수 있는 모양을 한 벽화도 다수다. 의미를 아는 모양 벽화로 대표적인 게 계산서다. 이 계산서는 동굴 벽면에 눌러 손에 안료를 분사해 그려진 것이다.

계산서 벽화는 먼 과거의 생활을 말해준다. 세 손가락과 네 손가락 계산서가 많다는 점에서 라스코동굴에 살던 인류는 동상으로 손가락을 잃는 게 일반적이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라스코동물 벽화가 그려진 시대에는 출산 중 사망하는 여성 비율이 4분의 1에 달하고 5세 미만에 사망하는 어린이가 50% 이상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남겨진 벽화를 보면 남겨진 계산서는 우리의 손과 거의 동일한 형태이며 과거 인류도 우리와 비슷한 걸 알 수 있다. 또 당시는 음식과 물에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임에도 이들은 벽화를 그리는 것에 시간을 할애했다. 라스코동물에 남겨진 계산서 대부분은 손가락 사이사이를 열고 있다. 지금도 대다수가 손가락 사이사이를 열어 계산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건 이상한 일치다.

하지만 현대와 과거가 계산서를 취할 동기가 달랐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고고학자들은 고대인은 사냥에 대한 의식 일환으로 어음을 갖고 있었다는 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라스코동굴에 있는 벽화는 고고학에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의 호흡에 포함된 이산화탄소에 의해 곰팡이와 이끼가 크고 벽화가 급격하게 저하된 사건 이후 라스코동굴은 공개되지 않는다. 1983년 이후 라스코동굴 벽화를 면밀하게 재현한 복제 동굴인 라소크2가 관광객에게 개방되어 있다.

라스코동굴을 발견한 4명 가운데 2명이 1년간 동굴 보호를 위해 몸을 마친 걸 생각하면 진짜 라스코동굴이 망가지지 않게 폐쇄한다는 결정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라스코동굴은 지금도 존재하지만 일반인이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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