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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남짓 500만대…파산 직전 애플을 살린 제품

애플 공동 창업자로 2011년 사망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설립한 애플에서 쫓겨난 이후 애플에 다시 복귀한 경력이 있다. 이런 잡스가 복귀해서 처음 발표한 제품은 아이맥(iMac)으로 무려 500만대나 팔렸다.

1998년 8월 15일 미국에서 출시된 아이맥은 예전 매킨토시에서도 나온 디스플레이를 내장한 올인원 PC로 디자인은 화려한 투명 바디 시스템을 갖췄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설치할 수 있는 취급 용이성 등 이전까지 애플 제품과는 차별화됐다. 애플 전문 매체인 애플인사이더는 애플이 당시까지 만든 가장 중요한 컴퓨터는 애플II였고 매킨토시는 세상을 바꿨다면서도 하지만 최고였던 건 아이맥이라고 평가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맥을 발표하면서 애플의 업적과 이미 발표된 파워북G3(PowerBook G3)을 소개한 데 이어 가정용 데스크톱 PC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며 아이맥 개념과 제품을 소개한다. 아이맥은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에 앞서 I를 딴 애플 첫 제품이기도 하다. I는 인터넷(internet), 개인(individual), 교육(instruct), 정보 제공(inform), 자극(inspire)을 상징한다고 한다.

프레젠테이션에서 잡스는 먼저 애플의 성과와 재정에 대해 4분 남짓 얘기하며 애플 경영진이 새롭게 된 지 10개월이 됐고 모두 열심히 일하며 밤이나 주말에도 주차장에 많은 차량이 멈춰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들이 열심히 노력한 덕에 애플ㅇ은 궤도에 다시 오른 걸 오늘 보고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는 애플이 파산 직전이었다는 것에서 새롭게 디자인한 완전히 새로운 길을 걸으려 한다는 이미지를 잡스가 청중에게 보여주는 기회였다. 아이맥 발표 전날 이뤄진 잡스의 TV 인터뷰에선 그는 애플은 수요에 부응할 충분한 양의 아이맥을 준비하고 있냐는 질문에 모르지만 우리는 아이맥을 많이 생산한다며 실제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는 내일이 되면 알게 되겠지만 수요는 공급을 훨씬 능가할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기존 PC와 크게 다른 앞선 디자인 외에 물론 저렴한 가격에 대한 혹평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출시되자 아이맥 매출은 1년 만에 판매량 100만대를 넘어섰다. 예를 들면 USB 보급이 급격하게 진행된 건 시리얼 포트와 SCSI 등 단자를 모두 없애고 USB만으로 통일한 초기 아이맥 성공으로 수많은 주변기기 제조사가 빠짐없이 USB 지원 프린터나 키보드를 출시한 게 원인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아이맥 프로모션에 참여한 한 광고대행사 담당자는 아이맥 판매대수가 100만대를 넘으려던 순간 잡스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 원카 흉내를 내려고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잡스는 이 아이맥은 기념할 만한 100만번째라고 적힌 금빛 인증서를 하나만 준비해 아이맥 상자에 봉입하는 아이디어를 공안했다. 인증서를 획득한 사람은 구입 가격이 환불되며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에 가족과 함께 초대되어 투어를 계획한 것. 잡스도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윌리 원카 모습을 하려 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캘리포니아 내에서 관련 규제에 걸려 실현되지 못했다.

출시 2년 8개월 4ㅇ일이 지난 2001년 4월 19일 아이맥 판매 대수는 500만대에 도달했다. 이는 1.183초마다 아이맥이 1대씩 팔린 꼴이다. 아이맥이 대히트한 덕에 파산 직전이던 애플은 살아날 수 있었다. 500만대를 달성했을 때 애플은 조용히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잡스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아이맥은 소비자와 교육용 컴퓨터를 재정의하고 USB와 파이어와이어, 동영상, 무선 네트워크, 조용한 팬 없는 작동, 월드클래스 디자인 등으로 업계를 이끌었다면서 몇 년 뒤 1,000만 번째 아이맥 출시를 기대하고 잇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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