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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구내식당이 진행한 식생활 개선 전략

구글은 양질의 요리를 무료로 구내식당을 통해 제공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런 구글이 최근 몇 년간 직원에게 야채를 먹이는 어려운 과제에 착수해왔다고 한다. 실험과 데이터, 사람의 인지도 등을 이용해 직원 식생활을 개선시킨 구글의 전략은 다른 기업이나 조직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건강한 식생활을 갖는 건 쉽지 않다. 개인 차원 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국립암연구소와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가 추진해온 적어도 하루 5종류 야채와 과일을 먹자는 것(5 A Day)는 죄다 실패하고 2017년 시점 기준으로 권장량 야채를 먹는 성인은 9%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결과 미국에선 성인 3명 중 1명, 어린이 5명 중 1명이 비만이나 당뇨병, 심장병, 암 등 만성질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건강에 해로운 식습관이 사회 문제가 되어 다이어트 산업은 연간 660억 달러 규모를 창출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구글이 지난 몇 년간 식생활을 개선하려 나선 것이다 구글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을 운영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원래 구글의 무료 식당은 직원 건강을 위한 게 아니라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 말하는 우연한 충돌(Casual Collisions) 그러니까 직원이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태어나는 장소로 시작한 것이다. 이 사원 식당을 통해 구글은 지난 몇 년 동안 직원이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게 다양한 실험을 해왔다.

예를 들어 구글 뉴욕 오피스는 2년 전 전혀 제공하지 않던 아침 샐러드를 매일 제공했고 2017∼2018년에 비해 해산물 소비는 85% 높아졌고 청량음료 소비는 보합세, 물 소비는 크게 늘었다.

구글이 성공을 한 이유는 뎅이터와 사람의 인식을 중심으로 한 전략 덕이다. 예를 들어 표준 식당 접시는 직경 30cm지만 구글에서 이용하는 접시는 25cm로 작다. 음식이 늘어선 곳에선 먼저 야채가 눈에 들어오며 고기와 디저트에 도착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 무렵에는 접시에 공간이 많지 않아진다. 딸기와 레몬, 오이 등을 담은 스파쿨링 워터는 의도적으로 청량음료보다 가져가기 쉬운 곳에 배치했고 부리또 크기도 일반 크기보다 60% 수준으로 줄였다.

구글의 식당 개혁에 착수한 식이 전문가이자 국제적으로 활약해온 미카엘 베커는 2012년 구글에서 의뢰를 받고 먼저 우연한 충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조명 변화와 오픈 주방 설치 등 설계에 참여했다. 이후 더 건강한 식단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국에서 논란이 되는 테마에 착수하게 된다.

그는 미국 젊은 세대는 가족 식사라는 습관을 갖지 않고 자라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싶어도 건강에 좋은 식사라 뭔지 모르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한다. 베커는 이 때문에 사람들이 더 나은 선택을 돕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건강에 좋은 음식 맛을 좋게 하는 연구자를 만나러 갔지만 결국 이 방향으로 노력하는 건 절망적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전체 곡물이 건강에 좋아도 옆에 있는 햄버거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음식이 놓인 환경을 바꿔가기 위한 시도가 시작된다. 예를 들어 구글 오피스에서 커피를 넣으려고 하면 40초가 걸리지만 구글의 마이크로 키친이라는 휴게실에선 과일이나 과자 등이 놓여져 있고 이 40초 동안 직원은 과자류에 손이 갈 수 있다. 또 조사에 따르면 인지 부하가 높은 사람은 공복이 되면 건강한 과일보다 건강에 해로운 간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런 조사 결과를 염두에 두고 베커는 지금까지 커피메이커에서 스낵까지 거리는 2m 정도였지만 이를 5m 떨어진 곳으로 바꿨다. 그 결과 간식을 손에 잡을 확률이 남성은 23%, 여성은 17% 감소했다고 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구글은 1,450개 마이크로 주방을 다시 만들었다. 건강에 해로운 간식은 커피 메이커에서 떨어진 불투명한 서랍에 넣어졌다. 커피 메이커 근처에는 신선한 과일이 들어간 그릇만 놓이게 됐다.

연구팀은 비슷한 이론을 청량음료에도 적용해 냉장고 문 아랫부분만 불투명하게 해 직원 눈에 닿는 건 물이나 당근 스틱, 요구르트만 보이게 했다. 물론 불투명 유리 너머에는 청량음료가 있다는 걸 직원은 알지만 보이지 않게 해 유혹을 줄인 것이다.

이런 노력에서 중요한 건 직원이 선택의 자유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당근을 꼭 먹어야 한다는 규정도 없고 선택의 자유를 깊게 생각하도록 한 것이다.

구글의 음식 연구에는 예일대학 교수인 데이비드 카츠(David Katz)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인간의 의사 결정 과정을 감안해 더 많은 야채를 먹게 한다는 목표 실현을 위해 사람들이 먼저 식당에서 볼 수 있는 걸 샐러드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배고픈 사람은 처음 본 걸 가져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충분하지 않고 사람들ㅇ이 야채를 손에 잡을 설득력을 야채에 갖게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2019년 여름 구글은 직원 식당에서 인도 음식 박람회를 열자 많은 직원이 샐러드바에 갔다. 이 행사는 채식 다이어트를 의식한 것으로 식당에는 콜리 플라워, 토마토, 치즈 등 재료로 가득했고 고기는 양고기가 조금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코코넛 카레를 비롯한 음식에서 양고기까지 도달하려면 접시에는 채식 음식이 가득 찼다. 이 시도는 비과학적 실험이라고 할 수 있지만 결국 사람의 행동을 이끌고 좋은 행동을 습득하려면 논리적 이유와 관계없이 그 사람이 즐길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이 교훈에 따라 구글은 야채 요리를 맛있게 하려는 노력을 했다. 하지만 고기와 달리 야채를 맛있게 하려면 껍질을 벗기고 끓이는 등 많은 노동을 필요로 한다. 이 도전이 곤란해지자 2018년 베커는 요리 학교에 도움을 요청했다. 구글은 CIA 요리사인 마크 에릭슨 등과 함께 야채 중심 요리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한편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는 게 한마디로 과학적으로 건강에 좋은 음식을 뒷받침하는 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과학 연구 대부분은 소규모 특정 건강 문제와 연결해 실시되어 왔다. 또 영양 연구는 피험자 보고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고 신뢰성도 떨어진다. 수십 년에 걸쳐 붉은 고기는 건강에 나쁘다고 주장되어 왔지만 결국 2019년에는 국제 연구팀이 붉은 고기 섭취를 줄은 데 따른 사망률 감소 비율은 매우 작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세계암연구기금 측 전문가는 원하는 만큼 붉은 고기 가공 고기를 먹어도 암 위험은 증가하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하는 사람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부정적 의견을 내보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진행한 구글 방식의 장점은 간단하고 모두에게 통용되는 식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진행하는 것이다. 구글은 주 5일 매일 19만 5,000명 이상에게 제공되는 식사를 통해 실험의 장을 만들어냈다.

구글은 식사 개혁 노력을 혼자 한 건 아니다. 함께 해온 다른 기업이나 교육기관, 병원 등이 있다. 실제로 이미 구글 전략을 도입하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구글이 시작한 무료 구내 식당은 실리콘밸리에도 널리 퍼져 있어 구글 식당 개혁은 다른 기업에게도 새로운 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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