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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교통량 극적으로 줄인 스페인 도시, 어떻게?

교통 체증과 자동차 배출 온실가스가 문제가 되고 있으며 수많은 도시가 이에 따라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쓸만한 대책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스페인 북서부에 위치한 항구 도시 폰테베드라(Pontevedra)에선 엄격한 처벌과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은 채 교통량을 20년간 크게 줄이는데 성공했다. 이곳에선 어떤 방법을 썼을까.

첫째는 지역 경향을 아는 것. 일부 지역에선 특정 일자에 운전하면 운전비용을 청구하거나 차량 통행을 완전 금지하는 것 같은 정책으로 교통량 감축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반드시 모든 지역에서 같은 시책이 실현 가능한 건 아니다. 개혁을 실시하고 지역 정치적 성향과 주민의 특성을 파악하고 현실적 범위에서 시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폰테베드라는 오랫동안 보수 정당 우세 지역이지만 1999년 좌익 정당 소속 시장이 집권한 이후 교통량 감축에 초점을 맞췄다. 시장은 여전히 폰테베드라에 보수적 사상이 뿌리 깊다는 점을 감안해 먼저 주차 규제를 실시하면서 지역 기업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양보해 조금씩 교통량을 줄였다. 멋진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착수하는 것보다 스스로 파악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실행했다는 얘기다.

폰테베드라 중심부에는 거의 차가 없어졌는데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많은 주민이 이에 환영한다. 어떤 이들은 시장의 좌익 정치 사상에는 공감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일어난 변화를 평가해 그에게 투표를 해줄 수 있다.

둘째는 차의 통과를 막는 것. 폰테베드라는 몇 년간 거리 혼잡이 문제시됐고 때론 3만대에 이르는 자동차가 도로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들 자동차 대부분은 사실 다른 곳으로 가는 길에 폰테베드라를 지나는 것이었다. 따라서 폰테베드라 통과를 막으려고 도심을 통과하지 않고 마을 가장자리를 나는 길을 많이 설계했다. 폰테베드라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려는 차는 결국 우회를 하면서 통과하는 차량의 진입을 막은 것이다.

셋째는 이중 주차를 불가능하게 했다. 폰테베드라 길 대부분은 한쪽 1차선이다. 노상 주차를 하면 차선이 막혀 버리기 때문에 노상 주차를 하려는 차량은 곳곳에 만들어진 주차장에 주차해야 한다. 폰테베드라는 노상 주차가 완전 금지한 건 아니며 전용 정거장에서 15분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자유롭게 주차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택시가 승객을 기다리거나 배달 트럭이 짐을 내릴 수 있다.

다음은 차량을 수용하는 대형 주차장 제공이다. 차 없는 도시를 목표로 하더라도 많은 주민과 외부 방문자가 차를 이용하지 않는 건 어렵다. 따라서 폰테베드라는 마을 외부와 지하에 1,600대 이상 수용할 수 있는 넓은 무료 주차장을 건설하고 자동차 소유자는 이곳에 차를 두고 마을 내부로 걸어올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운전자가 무료 주차장을 환영한 건 아니지만 폰테베드라 자체가 25분이면 횡단할 수 있는 정도 크기여서 대다수는 무료 주차장에 차를 두게 됐다.

다음은 도로는 보행자 우선이라는 메시지다. 폰테베드라 일부 지역에선 보도와 차도 구별을 없애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행자가 차량과 같은 길을 걷는 형태가 됐는데 길은 보행자 우선이며 자동차는 보행자를 따라 진행해야 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또 횡단보도 부분은 보도와 같은 높이여서 차량이 통과할 때 단차를 극복해야 하는 등 자동차는 폰테베드라에서 환영받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다음은 걷기를 교통 일종으로 취급하는 것. 폰테베드라는 보행자를 위한 도시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가 지하철 노선도처럼 기록한 로드맵이다. 시내 어디를 가는데 얼마나 거리가 되고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같은 정보를 보여주는 이 로드맵은 폰테베드라가 보행자에게 매력적인 도시라는 걸 어필하고 있다.

다음은 지역 비즈니스인을 아군으로 만드는 것이다. 점포 주인 같은 사람들이 차량 감소를 반대하는 것으로 보기 쉽지만 폰테베드라 같은 소도시에선 매장에서 행정 의사를 호소하고 토론할 수 있다. 시장은 상업 분야 종사자가 자동차 감소 정책에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부 반대는 있을 수 있지만 반대 이유가 개인적 또는 정치적 의도에 지나지 않다는 것. 소수 반대 의견을 전체 의견이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다음은 긍정적 영향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반대가 많았던 교통량 감축 시책이지만 시장은 교통랴잉 줄어든 데 따른 긍정적 영향을 널리 알리고 있다. 역사가 많은 중심부는 죽어 있었다든지 마약과 자동차가 넘쳐 위험 지대가 됐었다거나 도시는 쇠퇴하고 오염된 수많은 교통사고가 있어 사람들을 폰테베드라에서 떠나게 했다는 예전 상황을 언급한다. 하지만 이제는 수많은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폰테베드라에 모이고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 전체에서 출산율 저하가 문제가 되어 있지만 폰테베드라는 20년 전 교통량 감축 시책 시작 이후 8% 출산율이 늘었다. 또 폰테베드라 인구는 1998년부터 1만명 이상 증가해 이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가 됐다. 범죄율 감소와 온실가스 배출 감소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물론. 교통량 감축 시책은 많은 장점을 이 도시에 가져다줬다고 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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