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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탐지기가 계속 사용된 이유는…

폴리그래프(polygraph)는 생체 데이터 측정값으로 피험자가 특정 사실을 알고 있는지 감별하는 검사로 이전에는 거짓말 탐지기로 이용됐다. 이런 폴리그래프는 신뢰할 수 없다면서도 계속 이용된 이유는 뭘까.

존 바에스타(John Baesler) SVSU(Saginaw Valley State University) 주립대학 교수는 폴리그래프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프랜시스 개리 파워스(Francis Gary Powers)의 U-2 사건을 예로 든다. 그는 CIA의 U02 정찰기로 소련 상공에서 군사 시설 등 중요 거점을 정찰하는 임무를 지녔다. 1960년 5월 1일 소련 공군의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는데 낙하산으로 무사히 착륙했지만 간첩이라는 게 드러난다.

그는 그대로 소련에서 벌어진 공개 재판 중 간첩 행위를 자백하고 징역 10년을 선고 받아 시베리아로 보내진다. 그리고 2년이 지난 1962년 2월 미국에서 체포된 KGB 대령과 맞교환 형태로 풀려나 미국으로 귀국한다.

물론 귀국한 파워를 기다리고 있던 건 체포 당시 항공사진 필름과 U-2 정찰기의 민감한 부품을 처리하지 않은 데 따른 국민의 비난이었다. 또 격추 직전 U-2 정찰기 신호가 규정보다 낮은 고도에서 비행하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면서 미사일에 격추된 게 낮은 고도로 비행한 게 원인이 아니냐는 의혹도 떠올랐다. 파워는 이 의혹을 부인하고 CIA도 파워가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CIA 장관은 연방판사 협력 하에 위원회를 설치하고 파워는 의료 감사, 배경 조사, 심문, 폴리그래프 검사를 받아야 했다. 위원회가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파워는 폴리그래프를 싫어했지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자진해서 검사를 받았다. 전문가 주도 하에 이뤄진 폴리그래프 결과에 따르면 파워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징후는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폴리그래프 결과에 따라 파워가 제대로 직책을 완수한 미국 군인이라는 걸 재차 인정받은 것이다.

한편 파워는 심문 담당자가 자신의 증언을 믿지 않는 태도를 취하자 그렇데 자신의 증언을 못 믿겠다면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받아주겠다고 분노를 표출했다고 한다. 이런 파워에게 심문관은 그렇게 말한다면 당신이 한 모든 증언에 거짓말 탐지기를 쓰게 해달라고 말했고 파워는 함정에 걸렸다고 느꼈다고 한다.

바에스라 교수는 CIA의 파워 관련 조사의 결론과 파워 자신의 증언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폴리그래프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과학적으로 해명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폴리그래프에 합격한 사람은 결백하다는 걸 국민에게 납득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됐다는 결론을 내린다.

바에스라 교수에 따르면 이는 폴리그래프에 대한 CIA의 움직임을 보면 알 수 있다. CIA는 1947년 창설 직후부터 내부 조사를 위해 폴리그래프를 많이 썼지만 1974년에는 내부 조사를 위한 폴리그래프를 폐지했다. 한편 대외적으론 폴리그래프의 중요성을 계속 주장했고 1980년 CIA 측은 30년 이상에 걸친 사용 내역을 보면 폴리그래프의 효능은 입증됐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냉정 시대 폴리그래프는 스파이를 찾는데 사용됐다. 하지만 KGB 협력자였던 CIA 공작원 올드리치 헤이 에임스(Aldrich Hazen Ames)는 1986년과 1991년 각각 폴리그래프 검사에서 의심스럽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체포된 건 CIA와 FBI의 철저한 조사 이후인 1994년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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