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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인수했다면…비운의 운영체제 BeOS

구글의 모듈형 스마트폰 프로젝트 아라(Project Ara)나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인 타이젠(Tizen)을 탑재한 스마트폰 등 변화가 심한 IT 업계에선 사라지는 제품이나 프로젝트가 많다. 1990년대 애플 전 직원이 설립한 회사 중 하나인 비(Be)가 개발한 당시로는 선진적 기능을 갖춘 비오에스(BeOS) 역시 이런 제품 중 하나다.

비오에스는 C++ 객체지향을 기반으로 개발해 멀티미디어 지원과 CPU 인터럽트 기능을 이용해 여러 작업을 병렬 수행할 수 있는 선점형 멀티태스킹, 저널링 파일 시스템 등 당시로는 첨단 기능을 갖춘 운영체제였다. 듀얼코어 프로세서가 아직 꿈같은 얘기였던 당시 비박스(BeBox)라는 비오에스 탑재 컴퓨터에는 프로세서 여러 개가 채택되고 있었다. 비박스는 1995년 10월 시장에 투입되어 파워PC 아키텍처에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적용해 CPU 부하 상태를 표시하는 LED와 미디 인터페이스를 갖췄다.

비오에스가 등장했을 무렵 차세대 운영체제 개발에 난항을 겪던 애플은 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애플이 제시한 1억 2,500만 달러 인수 금액은 비에 의해 기각됐다. 이후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이끄는 넥스트(NeXT)를 비에 제시한 2배 이상 가격인 4억 2,500만 달러에 인수하고 넥스트 기술을 통합한 맥OS X을 발표하기로 한다.

인수 협상이 끝나면서 비 하드웨어는 상업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했다. 더 많은 하드웨어에 비오에스를 채택하도록 파워PC보다 일반적인 아키텍처인 x86용으로 포팅도 이뤄졌다. 하지만 비 매출은 계속 감소했고 2001년 비는 결국 직원 과반수를 해고하고 팜(Palm)에 인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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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 직원이 갖고 있던 비전은 끝나지 않고 하이쿠(Haiku)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넘어갔다. 하이쿠는 2018년 9월 첫 번째 베타버전을 출시했고 빌드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리눅스에서 볼 수 있는 패키지 관리자와 새로운 미디어 형식 등을 지원한다. 물론 그럼에도 넥스트 대신 비가 애플에 인수됐다면 지금의 데스크톱 컴퓨터가 어떻게 됐을지 이젠 알 수는 없지만 과거를 되돌아 보고 상상해보는 것 자체만 해도 꽤 즐거운 일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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