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인을 배려하는 도움을 나누는 정신에 사회 계층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저소득자는 사회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더 주변 사람을 배려한다는 관점과 고소득자는 이미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타인에게 친절할 수 있다는 2가지 관점이 있다. 중국, 네덜란드, 영국 연구팀이 저소득자와 고소득자 중 어느 쪽이 도움을 나누는 정신이 뛰어난지를 메타분석을 통해 연구한 결과를 보고했다.
연구팀은 1968년부터 2024년 사이 전 세계 60개 서로 다른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230만 명 이상 참가자가 포함된 471개 연구 결과를 통합한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연구에서는 향사회성 그러니까 타인을 돕는 의지에 대해 자선 활동이나 봉사 활동, 게임 실험에서의 협력 자세, 자기 보고를 바탕으로 측정했다. 측정에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행해진 봉사인지 사적인 장소에서 행해진 봉사인지, 타인을 돕기 위한 비용이나 돕는 측 메리트, 인구통계학적 특성 등 폭넓은 변수가 고려됐다.
결과적으로 사회 계층이 높은 고소득자는 사회 계층이 낮은 저소득자에 비해 조금 타인을 돕는 경향이 높다는 게 판명됐다. 이 차이는 작지만 연령층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관찰됐다고 한다.
더 깊이 분석한 결과 고소득자는 단순히 도우려는 의도나 수고 등 비물질적 비용보다도 타인에게 부족한 시간이나 자원에 대해 실질적인 자원 투입이 필요한 경우에 저소득자에 비해 원조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한다.
그 밖에 사회 계층과 향사회성 사이에는 비선형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논문에서 결론지었다. 이는 다시 말해 사회 계층이 높으면 향사회성이 높다는 게 단순히 고소득자일수록 자산이 많아서 타인을 돕기 위해 사용하는 자원이 늘어난다는 단순한 게 아니라 하층 계급은 협력이나 도움을 나누는 정신으로 타인을 돕는다, 상류 계급 사람은 사회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또는 사회에 환원한다는 도덕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향사회적 행동을 한다는 식으로 계층별로 이유가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실제로 고소득자일수록 공공장소에서 도움을 나누는 정신을 발휘하는 경향이 있으며 연구팀은 고소득자일수록 사회적인 좋은 인상을 유지하고 싶은 경향이 있다는 걸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연구 결과에서 주의할 점으로 메타분석에 사용한 연구 대부분이 서구 사회에서 실시된 것이어서 어느 정도의 지역성이 반영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또 분석 대상이 된 연구는 상관관계에 기반한 것이며 소득과 향사회성이라는 두 변수가 강하게 상관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해도 한쪽이 다른 쪽 원인이 된다는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건 아니라는 점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과제로 참가자 소득이나 자산에 비례한 도움을 나누는 정신을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어떤 고소득자가 어떤 저소득자보다 3배 자원을 타인을 돕기 위해 사용했다고 해도 그 고소득자가 저소득자보다 10배 자산을 갖고 있다면 저소득자가 자신의 자산 대부분을 사용해 타인을 도왔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을 나누는 정신이 뛰어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