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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저장‧계산 모두 가능한 DNA 컴퓨터 개발했다

스마트폰이나 PC 등 거의 모든 현대 기기에서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연산 장치와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억 장치가 분리되어 있어 장치간 데이터 전송 속도가 전체 시스템 성능을 제한한다. 폰 노이만 병목현상이라 불리는 이 문제를 안고 있는 기존 기기와는 달리 DNA를 사용해 손톱만한 공간에 PC 1,000대 분량 데이터를 저장하면서 간단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초기 DNA 컴퓨팅에 관한 논문이 발표됐다.

생명 설계도라고도 불리는 DNA 서열은 생명체가 수십억 년 동안 코드 베이스로 사용해 온 기억 장치이며 생물학적 구조와 프로세스 분자 템플릿을 제공하는 기능을 가진다. 또 이론적으로는 화학적 문자열로 모든 정보 시퀀스를 표기할 수도 있다. 이 메커니즘을 계산 기술에 활용하기 위해 과학자는 DNA 사슬에 직접 데이터를 담는 방법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이번에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과 존스 홉킨스 대학 연구자가 개발한 시스템에서는 덴드리콜로이드라고 불리는 유연한 폴리머 구조를 사용해 DNA 데이터를 다룬다. 발표에 따르면 덴드리콜로이드는 작은 나무와 같은 구조를 갖고 있어 DNA 발판으로서 섬세한 분자 구조를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광대한 표면적에 대량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연필에 붙어 있는 지우개와 같은 크기 DNA 기반 저장소에 노트북 1,000대 분량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덴드리콜로이드는 용량 뿐 아니라 데이터 보존성도 뛰어나 4℃ 환경에서 덴드리콜로이드에 저장된 코드 반감기가 6,000년에 달한다는 게 가속 노화 분석을 통해 밝혀졌다. 또 영하 18℃라는 더 낮은 온도 환경이라면 보존 기간이 200만 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DNA 정보와 그게 저장된 덴드리콜로이드의 나노 파이버를 구별하는 기술을 개발해 원래 기억 매체나 DNA 파일을 손상시키지 않고 데이터를 RNA로 전사ㅐ 처리하거나 DNA를 편집해 특정 영역 데이터를 다시 쓸 수 있게 했다. 실험에서는 3×3 체스나 스도쿠 퍼즐과 같은 기본적인 계산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도 확인됐다.

지금까지 DNA 컴퓨터는 속도나 계산력 면에서 최신 슈퍼컴퓨터에 미치지 못하지만 문명의 흥망성쇠를 넘어 인류 지식을 보존하는 DNA 기반 아카이브로서는 매력적인 기술이다. 또 생물학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특성 때문에 의료 등 분야에서 응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자는 보고 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DNA 데이터 저장소는 데이터 장기 보존에는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데이터 저장이나 이동, 특정 데이터 파일 읽기, 삭제, 다시 쓰기, 다시 읽기, 계산 등 기존 전자기기 기능을 갖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DNA 기반 기술이 이를 실현할 수 있다는 걸 실증했다면서 실제로 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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