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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솔린차 EV 개조 서비스, 라틴아메리카서 인기

EV에 관심은 있지만 테슬라 같은 고급 신차는 부담스럽다는 사람이 많다. 이런 수요에 부응해 기존 가솔린 차량을 전기차로 개조하는 서비스가 라틴아메리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2010년 우루과이 4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호세 무히카는 우루과이를 친환경 국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홍보하기 위해 현지 개조 업체인 오토리브레(Organización Autolibre)가 가솔린 차량을 전기차로 개조한 소형 트럭을 타고 취임식에 등장했다. 이 푸른색 차량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경제적으로 전기차를 소유하려던 우루과이 국내외의 전기차 애호가가 이 기술에 주목하게 됐다.

이후 오토리브레는 라틴아메리카 14개국을 돌며 현지 기술자에게 전기차 개조 기술을 전수하고 온라인 강좌를 열어 기존 차량 수천 대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걸 지원해왔다. 오토리브레 창립자 겸 CEO인 가브리엘 곤살레스 바리오스는 오토리브레 시스템 판매자는 이 산업을 현지에서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기술자 훈련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곤살레스 바리오스가 개조 회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2006년 앨 고어가 제작한 기후 변화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을 보고 나서였다. 당시 가솔린 차량용 제품을 판매하던 곤살레스 바리오스는 처음으로 회사 차량을 가솔린 차량에서 배출가스가 없는 전기차로 개조했다. 이 개조가 성공적이었고 비용도 저렴하게 해결되자 그는 본격적으로 전기차 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초기에는 미국산 전기차 개조 키트를 사용했지만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현재는 중국 전력 시스템 기업(Shukai Empower Electric)과 협력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지속 가능 모빌리티 협회는 2020년 최소 145대 개조 차량이 공식 등록됐다고 보고했다. 또 곤살레스 바리오스가 공동 설립한 라틴아메리카 개조 협회에는 전기차 개조 키트 판매자와 개조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워크숍 등 30개 이상 업체가 가입되어 있다.

전기차 개조 기술은 새로운 게 아니며 호주 같은 나라에서는 개조에 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되어 있다.

곤살레스 바리오스는 개조가 주는 가장 큰 장점은 비용 절감이라고 말한다. 라틴아메리카에서 판매되는 신차 전기차 대부분은 일반인이 구입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높다. 예를 들어 인기 차종 중 하나인 르노 퀴드의 전기차 모델은 1만 8,100달러다. 반면 오토리브레 시스템으로 기존 가솔린차나 디젤차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데는 6,000달러 밖에 들지 않아, 비용이 3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개조에는 위험도 따른다. 페루 전기차 추진 기업가 협회 아돌포 로하스 회장은 중국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인 알리바바나 페루 플랫폼(MercadoLibre)에서 구할 수 있는 개조 키트 중 많은 제품은 최소한의 안전성이나 품질조차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미 국가에서 개조 차량에 대한 법적 규제는 각기 다르다. 칠레에서는 2021년 중고 승용차 개조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칠레 전기차 협회 로드리고 살세도 회장은 개조는 이전부터 이뤄져 왔지만 차량 안전 수준을 유지하는 문제는 무시됐다고 밝혔다.

또 개조 차량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는 콜롬비아에서도 엄격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자동차 판매점에서 일하는 안드레스 가르시아의 회사는 인증된 기술자에게만 개조 키트를 판매하며 당국 및 관련 기관과의 회의를 통해 규제법 제정을 요구하는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다.

1981년식 BMW를 전기차로 개조한 자이로 노보아는 오래된 차는 부품이 비싸고 구하기 어려워 전기차로 개조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지적한다. 노보아는 콜롬비아를 달리는 1만 대 이상 전기차 대부분이 신차지만 개조 전기차 소유자는 그런 차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며 물론 테슬라 같은 고급차는 제외라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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