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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균 이용해 자가 수복 가능한 살아있는 전선?

진성 점균은 원생생물 일종으로 아메바 형태 세포로 생활하면서 포자를 통해 증식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신비로운 특성 덕분에 점균은 생물학 뿐 아니라 수학이나 컴퓨터 과학에서도 응용이 시도되고 있다. 2013년 프리프린트 서버 아카이브(arXiv)에 게시된 논문에서는 이 진성 점균을 이용해 자기 성장 및 자기 수복이 가능한 살아있는 전선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보고됐다.

이 보고서를 게시한 이는 영국 서잉글랜드 대학 브리스톨 캠퍼스 연구팀. 실험에 사용된 건 황색망사점균(Physarum polycephalum)으로 연구팀은 점균 전도성을 측정하기 위해 길이 1cm, 직경 0.03cm 황색망사점균 저항을 측정했으며 그 저항률이 80~2560Ω·cm이고 평균 저항률이 825Ω·cm임을 밝혀냈다.

또 황색망사점균 내구성을 조사하기 위해 연구팀은 LED 배열이 포함된 회로에 황색망사점균을 통합하고 19V 전압을 가한 결과 LED 배열에는 4.4~4.8V 전압이 걸렸고 황색망사점균으로 만든 전선에는 11~13μA 전류가 흐른 걸 확인했다. 전압은 24시간 동안 걸렸지만 황색망사점균 전도성은 유지됐다.

더 나아가 화학 물질이나 전기장을 이용해 점균의 성장 방향을 제어할 수 있음이 입증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귀리를 놓으면 황색망사점균이 끌려갔고 소금을 놓으면 멀어졌다. 또 1.6V 배터리를 사용해 전기장을 만들었을 때 황색망사점균이 음극 방향으로 성장하는 것도 확인됐다.

또 황색망사점균을 절단한 결과 절단 후 6~9시간 만에 절단된 부분이 다시 연결됐고 전도성이 회복됐다. 그리고 옥타메틸사이클로테트라실록산이라는 실리콘 오일로 황색망사점균을 코팅한 결과 코팅된 상태에서도 황색망사점균은 생존하며 전기를 계속 통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전자 기판 위에서의 황색망사점균 성장 실험도 진행했으며 점균은 전자 기판 위에서도 문제없이 성장하며 기존의 전도 경로와 비슷한 너비 전선을 형성할 수 있음을 보고했다.

황색망사점균 저항률은 일반적인 생체 조직과 유사하지만 금속에 비해 전도성이 상당히 낮아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연구팀은 자성을 띤 나노 입자와 같은 물질을 점균에 흡수시켜 더 실용적인 생체 전선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참고로 연구팀은 지금도 점균이나 버섯 균사를 컴퓨터에 응용하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균사에 전기 자극을 가해 이진수 계산을 수행하는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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