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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설계에 코끼리 연구하는 이유

펭귄이 빠르게 수영하는 메커니즘을 수상 차량이나 수중 탐사 로봇 등의 구축에 힌트로 삼거나 플라밍고가 한 발로 안정적으로 서는 자세를 적은 에너지로 자세를 유지하는 시스템 개발에 응용할 수 있는지 고려하는 등 인간에게 없는 다른 동물 메커니즘이 로봇 연구 아이디어로 활용되는 경우가 있다. 파리 소르본대 동물 행동학과 생체역학 연구자가 생물에서 힌트를 얻은 로봇 공학으로의 지식 이전으로 코끼리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 눈길을 끈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코끼리 코 끝에 얼마나 많은 힘이 있고 얼마나 섬세한 집는 능력이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었다. 과거 연구에서는 코끼리가 코를 감아 물체를 들어 올릴 때 가해지는 전체적인 힘 등을 측정했지만 지난 5월 발표한 논문에서는 코 끝에 초점을 맞춰 힘 크기와 구조를 조사하고 있다.

연구에서는 집는 힘을 기록하면 보상으로 사과를 방출하는 장치를 설치해 코 악력을 측정했다. 장치는 한 번 사과를 받을 때마다 다음에 사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악력이 커지기 때문에 코끼리는 이전보다 더 강하게 집어야 하며 코로 얼마나 많은 힘을 낼 수 있는지 최대값을 측정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관찰 중 코끼리가 장치 센서를 집을 때 코 움직임에 4가지 패턴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코끼리 코 움직임은 코를 똑바로 앞으로 뻗은 상태, 코 끝을 비틀어 옆에서 집는 듯한 형태, 코를 비틀면서 똑바로 뻗은 상태, 코를 비틀면서 옆에서 집는 패턴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동물원에 있는 암컷 코끼리 5마리를 조사한 결과 코끼리 코가 물체를 집는 힘은 똑바로 코를 뻗었을 때가 최대로 86.4 뉴턴으로 측정됐다. 1kg 질량에 1m 매초 가속도를 주는 힘이 1뉴턴이며 인간 엄지와 검지 사이 집는 힘은 49~68 뉴턴으로 알려져 있다. 코끼리 코는 인간 손가락보다 더 강한 힘으로 집을 수 있지만 그 힘은 너무 강하지 않아 물체에 큰 힘을 가하지 않고 집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체에 강한 힘을 가하지 않고 확실히 집는 움직임은 로봇에 요구되는 소프트 그리퍼라는 기술에 필요한 기능이며 코끼리 코 구조를 분석해 소프트 그리퍼 개발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끼리 코에서 힌트를 얻은 로봇 소프트 그리퍼는 지난 2020년 사우스웨일스 대학이 실험을 공개한 바 있다. 연구자에 따르면 이 로봇 그리퍼에는 센서가 있어 그리퍼에 작용하는 힘을 감지해 접촉하고 있는 물체 손상을 방지하는 힘으로 감싸고 열로 작동하는 메커니즘에 의해 천 재질 그리퍼가 단단해지거나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이 로봇 그리퍼가 물체를 감싸는 유연한 움직임이 다양한 방향으로 강력하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코끼리 코의 생물학적 모델을 참고했다고 한다.

연구에서는 코끼리 코 끝에 있는 손가락 2개라고 할 수 있는 힘점에 각각 힘이 가해지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더 넓은 서식지와 생태 코끼리를 조사하고 코 메커니즘을 자세히 이해해 인체에 부담을 주지 않는 로봇 치료, 험한 환경에서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는 로봇, 채소나 과일을 손상시키지 않고 수확하는 기계 등 로봇 공학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코끼리 서식지에 필요한 환경을 올바르게 이해해 코끼리를 보호하는 데에도 연결되는 의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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