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 대책을 위해 인간공학을 바탕으로 설계한 비싼 사무용 의자를 구매하거나 정형외과를 자주 방문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 번 발생하면 끈질기게 재발하는 요통 개선에는 걷기가 적합하다는 게 새로운 연구에서 밝혀졌다.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현대인 생활 습관으로 인해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8억 명 이상이 요통을 안고 살게 될 것이라고 예측되며 요통 70%가 1년 이내에 재발한다는 데이터도 있다.
과거 연구에서는 운동을 통해 요통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게 밝혀졌지만 이런 연구에서의 운동 대부분은 비싼 기구나 전문적인 지도가 필요한 운동 뿐이었다. 쉽게 할 수 있고 몸에 부담도 적은 운동이 요통 대책이 될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호주 맥쿼리대 연구팀은 요통을 경험한 적이 있는 이들에게 걷기를 하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는 지난 6개월 이내에 질병이나 부상 등을 원인으로 하지 않는 요통을 경험한 18세 이상 성인 701명으로 참가자 평균 연령은 54세였고 701명 중 565명이 여성이었다. 또 운동 효과를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 실험 전부터 운동을 자주 하던 사람이나 이미 요통용 운동 프로그램을 받고 있는 사람은 참가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먼저 참가자를 절반씩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는 실험군으로서 워킹 프로그램과 교육 프로그램을 받게 했다. 참가자가 얼마나 워킹을 했는지는 본인 나이나 체중, 병력 등을 고려해 물리치료사가 제안했기 때문에 일률적이지는 않았지만 6개월째까지 최소 주 5회 30분씩 걷도록 하는 등 내용이었다. 또 실제로 얼마나 걸었는지를 기록하는 만보계와 일기장도 제공됐다.
반면 다른 쪽 대조군에는 특별한 개입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각자의 방법으로 생활에 요통 예방을 도입하거나 일반 요통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소비자 대표로 실험에 참가한 전문가와 연구팀이 협의해 그렇게 하는 게 더 실용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년간 이뤄진 실험 결과 워킹을 하도록 지도받은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요통이 재발하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됐다. 구체적으로는 요통이 처음 재발할 때까지의 기간이 대조군에서는 평균 112일이었던 것에 비해 실험군에서는 208일로 재발 위험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참가자 중 1명은 예전에는 10단계 중 6~7 정도 통증 요통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10단계 중 3 정도로 줄었고 통증이 지속되는 시간도 24시간 미만이 됐다고 밝혔다. 이 참가자는 20대 운동 선수 시절 부상이 원인이 되어 심한 요통으로 고생하게 됐고 연 12회는 며칠 동안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주 34회 워킹을 하기 시작한 이후 통증 강도와 지속 시간 모두 극적으로 개선됐다고 한다.
요통이 생기면 대부분은 본능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려고 한다. 한 걸음 내딛는 것만으로도 극심한 통증이 오기 때문. 이 참가자도 이전에는 안정을 취했지만 지금은 이게 최악의 행동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그가 배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통증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며 운동으로 장기적으로 통증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요통이 재발했을 때는 그때그때 할 수 있는 것을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워킹이 요통을 예방하는 정확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완만한 진동 운동, 척추 구조와 근육에 대한 부하와 강화, 릴랙세이션과 스트레스 해소, 엔돌핀 분비로 인한 기분 개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또 워킹은 심혈관 건강, 골밀도 개선, 건강한 체중 유지, 정신 건강 개선 등 요통 외에도 많은 건강상 이점이 있다는 것도 알려져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요통 예방을 위해 워킹을 시작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조언도 정리해 소개했다.
먼저 걷는 시간을 점진적으로 늘리기. 처음에는 주 1~2회, 10분 정도 짧은 워킹부터 시작해 점차 시간과 횟수를 늘려가는 것. 그렇게 해 워킹이 습관화되기 쉬워지고 부상 위험도 줄일 수 있다.
다음은 가벼운 통증을 두려워하지 않기. 새로운 걸 시작할 때 작은 통증을 느끼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므로 조금 아프다고 해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워킹을 계속하다 보면 허리 구조와 주변 근육이 강화되어 요통이 재발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3번째는 동료 만들기. 워킹을 지속하기 위해 물리치료사나 의사의 협력을 구하는 것도 좋지만 친구나 가족, 또는 반려견 등 함께 산책해 줄 동료를 만드는 것도 효과적이다.
4번째는 기록 남기기.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 앱, 벽걸이 표나 노트 등을 활용해 워킹 기록을 남기면 성과를 확인하거나 목표를 명확히 하기 쉬워진다.
5번째는 재발해도 그만두지 않기. 정기적으로 워킹을 해도 요통이 재발할 수 있지만 재발해도 운동을 계속하는 게 중요하다. 필요에 따라 걷는 양을 줄일 수는 있지만 그만둬서는 안 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