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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올림포스산에서 물 서리가…

화성은 과거에 생명체에 중요한 물로 덮여 있었으며 지금 지표에는 물이 없지만 지하에 얼음 등 형태로 물이 존재한다고 여겨지고 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태양계에서 가장 큰 화산인 화성 올림포스산과 주변 산에서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물 서리가 내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올림포스산은 화성 적도 부근에 펼쳐진 타르시스(Tarsis)라 불리는 지역에 있으며 지표로부터 2만 7,000m에 달하는 높이를 자랑한다. 올림포스산 주변에는 아스크라이우스산(Ascraeus Mons), 파보니스산(Pavonis Mons), 아르시아산(Arsia Mons) 같은 거대 화산군이 연이어 있다.

미국 브라운대학 연구팀은 유럽우주기구(ESA) 화성탐사선인 TGO(Trace Gas Orbiter) 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TGO에 탑재된 컬러스테레오표면영상시스템(CaSSIS) 기기가 촬영한 3만 장 이상 고해상도 컬러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올림포스산과 타르시스 화산군 산정 부근에 물 서리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결과는 TGO에 탑재된 분광계(Nadir and Occultation for Mars Discovery)와 화성탐사선 마스익스프레스에 탑재된 고해상도 스테레오 카메라로도 검증됐다.

올림포스산 정상에 내린 서리를 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보면 화산 정상과 칼데라에 내리는 서리는 화성의 추운 시기에만 머리카락 두께 정도 얇은 층으로 일출 전후 태양열에 의해 수 시간 만에 증발한다고 한다. 서리층 자체는 상당히 얇지만 서리가 내리는 범위가 상당히 광대하기 때문에 전체 물량은 1억 1,100만 리터에 달한다고 한다.

이번 발견은 화성 적도 부근에서 물 서리가 발견된 첫 사례로 지금까지 여겨졌던 화성 기후역학에 의문을 제기하게 됐다. 지구 관점에서 보면 적도 부근이라고는 해도 표고 2만m가 넘는 산 정상이라면 서리가 내려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화성에서는 대기의 희박함에 따른 기압 저하와 일조 조건 등으로 인해 산 정상 부근도 평원과 기온 차이가 크지 않은 환경이어서 표고가 높다고 해서 서리가 내리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연구팀은 화성 적도 부근에서 서리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산정 부근이나 칼데라를 지나는 공기 순환이 아침 추운 시간에 서리가 내릴 만큼 시원하고 습한 기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고대 화성에는 화산에 강수나 강설이 있었을 수도 있으며 지금 목격하는 건 고대 기후 순환 잔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화성 적도 부근에서 서리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모델링해 화성 물이 어디에 있는지와 같은 수수께끼를 풀거나 생명체 탐사에 필수적인 복잡한 화성 대기역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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