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 기자
항생제를 복용하면 장내 유익균까지 사멸하게 되어 항생제와 함께 정장제가 처방되는 경우가 많다.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 등 많은 병원균이 속하는 그람 음성균(gram-negative bacteria)만을 파괴하고 그 외의 무해한 상재균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항생물질인 로라마이신(loramicin)에 관한 연구가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튼튼하고 독성이 강하며 항생제 내성을 빨리 획득하는 그람 음성균은 의료계의 악몽으로 여겨진다. 콜리스틴 등 그람 음성균만 표적으로 하는 항생제도 있지만 그람 음성균 중에는 무해균이나 유익균도 있어 그람 음성균을 무차별 파괴하면 병원균 번식을 막는 장내세균총까지 파괴된다.
그람 음성균이 항생제에 강한 이유 중 하나는 외막과 내막이라는 이중 방어벽 때문. 이에 일리노이 대학 어바나-샴페인 캠퍼스 연구팀은 이 방어시스템을 역이용한 로라마이신 항생제를 개발했다.
로라마이신은 그람 음성균을 보호하는 막 생성에 중요한 리포단백질 수송을 롤시스템을 차단하는 작용을 하지만 그람 양성균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또 병원성 그람 음성균과 그렇지 않은 그람 음성균 롤시스템 차이를 이용해 병원성 그람 음성균만 타격할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은 그람 양성균에는 외막이 없어 롤시스템도 없고 병원성 그람 음성균과 유익 그람 음성균 롤시스템이 크게 다른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험실에서 배양한 병원성 그람 음성균에 로라마이신을 사용한 결과 130여 주 다제내성균에 항균 효과가 있었다. 내성균에 감염된 쥐 실험에서는 로라마이신 투여군은 모두 생존한 반면 비투여군은 87%가 3일 내 사망했다.
일반 항생제 투여 쥐는 장내세균총이 파괴되어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레에 감염됐지만 로라마이신 투여군은 감염되지 않아 장내세균총 보호 효과도 입증됐다.
실험용 쥐 실험에서 유망한 결과를 보인 로라마이신이지만 인체 임상시험 안전성 확인과 의약품 당국 승인까지는 10~2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로라마이신 활용 가능성을 평가하는 일이 많이 남아있지만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이석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