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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직전까지 일 미루는 학생 증후군이란…

마감일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계속 미루다가 겨우 겨우 급하게 착수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는 학생에게 흔한 행동 양식으로 학생 증후군(student syndrome)이라고 불리지만 직장 프로젝트나 개인 생활 등 학생이 아닌 경우에도 자주 볼 수 있다. 학생 증후군 예시와 원인, 대처법 등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케임브리지대학 전문가가 설명해 눈길을 끈다.

그에 따르면 학생 증후군은 미루는 습관 한 종류로 기본적으로 불필요한 지체 행위가 많다고 한다. 전형적인 예로 여름방학 숙제를 마지막 날에 몰아서 하는 것 등 긴 유예기간이 있음에도 기한 직전까지 착수를 미루는 학생을 들고 있다. 이런 지체 행위는 학생만의 문제는 아니며 예를 들어 숙제를 채점해야 하는 교사나 직장에서 중요한 보고서를 써야 하는 관리직도 기한 직전까지 작업을 늦출 수 있다.

학생 증후군에 대한 주요 문제점으로 4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예상보다 어려웠거나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간신히 기한을 맞추려고 하면 시간적 여유가 없어 기한을 맞추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 둘째 설령 기한은 맞췄더라도 기한이 임박한 압박 속에서 급하게 진행했기 때문에 공부나 업무 성과가 저하되기 쉽다. 셋째 마감일이 가까워지면서 스트레스가 증가하거나 하룻밤에 몰아서 작업하느라 수면 부족이나 피로에 시달리는 등 정서적, 정신적, 신체적 문제가 늘어난다. 마지막으로 팀으로 일할 경우 개인의 학생 증후군이 그룹 전체 성과에 영향을 미쳐 인간관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학생 증후군에 한정된 통계는 없지만 전반적인 지체 행위에 대해 디폴 대학 심리학자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성인 중 20%가 만성적으로 일을 미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심리학회가 조사한 보고서에선 대학생 50%가 만성적인 지체 행위를 겪고 있으며 학생 75%가 자신에게 미루는 습관이 있다고 생각하며 학생 80~95%는 실제로 일을 미룬다고 답했다.

아울러 지체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로 2001년 조사에서 50%가 미루는 동안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현대에는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이 생활 및 모든 영역과 더 밀접해졌기 때문에 인터넷 상에서 지체 행위에 낭비하는 시간이 과거보다 훨씬 더 길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지체 행위 원인에는 많은 잠재적 원인이 있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주요 이유를 2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하나는 동기부여 문제로 미래 성과를 가볍게 여기거나 현재의 즐거움을 미래의 행복보다 우선시하는 등 과제와 성과간 연관성 파악이 어려운 게 원인이다. 다른 하나는 심리적 장애인데 과제에 착수할 때의 불안이나 공포, 완수 후 부정적 피드백을 받을 것을 꺼려 과제 자체를 혐오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마감일이 가까워지기 전까지는 착수하지 않는 학생 증후군은 역설적이게도 마지막에는 착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동기부여가 약할 때는 마감일이 가까워지면 마감일까지 해냈다는 단기적 성과가 보이기 쉬워지고 과제를 혐오하더라도 마감일 압박감이 이를 상회하기 때문에 지체 행위 원인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인해 미래 성과를 잘 생각하지 못하거나 수면부족으로 불안이 악화되어 지체 행위 원인이 커질 수도 있다.

지체 행위 원인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행동경제학 용어인 가치 폄하 효과(Hyperbolic discounting)가 있다. 가치 폄하 효과는 결과가 미래로 갈수록 추가 시간이 중요하지 않게 된다는 걸 보여주는데 쉽게 말해 오늘과 내일의 차이는 내일과 모레의 차이보다 크다는 의미다. 따라서 마감일이 멀면 미루게 되지만 기한이 눈앞에 다가오면 초조해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의욕이 생기기도 한다.

학생 증후군에 대한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이를 피하려면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1개월 뒤까지 10가지 과제를 해내라는 목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3일 후까지 1가지 과제를 해내라고 분할해서 생각하면 스케줄과 성과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또 인터넷은 대부분 지체 행위 원인이 되므로 스마트폰이나 SNS에 접속하기보다는 공부 도구에 손이 가기 쉽도록 환경을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외에도 과제에 가중치를 두어 쉬운 부분은 바로 착수하고 어려운 부분은 미리 해결해 성취감을 얻는 것도 유용하다.

그 밖에 학생 증후군을 피하기 위한 테크닉을 보면 먼저 목표를 언제 어느 정도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 또 과제를 작고 파악하기 쉬운 단계로 나눈다. 과제가 무겁다면 중간 지점을 설정한다. 자신의 컨디션에 맞는 활동하기 좋은 시간 등 생산성 사이클을 파악한다. 주의가 산만해지는 걸 멀리하고 예정된 과제에 바로 착수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등 환경을 정돈한다. 우선 첫 문장을 완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거나 가장 쉬운 부분 혹은 가장 어려운 부분부터 시작하는 등 접근법을 바꾼다. 2시간 집중하기보다 25분 작업하고 5분 휴식하는 세트를 4회 반복하는 등 포모도로 기법(Pomodoro Technique)을 활용한다. 할 일 목록이 채워지는 걸 즐기거나, 일정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자신에게 상을 준비하는 등 업무에 재미를 붙여 동기를 높인다. 과제 자체가 아닌 과제 완수로 성취할 수 있는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그 결과 좋은 성적을 거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자신의 작업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을 용인한다. 잘 해내지 못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명확히 인식하고 자신을 이해하는 마음가짐으로 불안을 해소한다. 우울증이나 수면부족 등이 원인이라고 느껴지면 전문가와 상담한다, 중요한 건 무엇이 원인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테크닉을 실행하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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