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SNS에 국가 반대 의견을…사우디 女 활동가, 11년형 선고

사우디아라비아 내 남성 후견인 제도나 히잡법 등 기존 여성 관련 제도에 반대했다며 2022년 11월 테러 혐의로 체포된 활동가 마나헬 알 오타이비에게 사우디 법원이 11년형을 선고했다.

피트니스 강사인 알 오타이비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스냅챗 등에 사우디 내 남성 후견인 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영상을 게시해왔다. 남성 후견인 제도는 아버지, 형제, 남편, 아들 등이 여성의 결혼, 이혼, 여행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제도다.

2022년 11월 그녀는 테러 혐의로 현지 당국에 체포됐다. 당국은 알 오타이비가 남성 후견인 제도와 히잡 착용법에 반대했다, 이들 법에 반대하는 해시태그를 SNS에 퍼트렸다, SNS 계정에 외설적인 옷을 입은 사진과 동영상을 게시했다거나 민족복장 아바야를 착용하지 않고 여러 상점을 방문해 이를 촬영해 스냅챗에 올렸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여동생 역시 같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체포 직전 사우디를 탈출했다.

알 오타이비 체포 3개월 후인 2023년 2월 이 사건은 사우디 특별형사법원(SCC)으로 회부됐다. 국제앰네스티와 런던 소재 사우디 인권단체 ALQST에 따르면 SCC는 평화적 반체제 인사를 기소하는 데 광범위하게 활용되며 공정한 재판 기준을 위반하고 활동가에게 가혹한 형량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국제앰네스티와 ALQST는 사우디 당국에 알 오타이비 수감은 개혁과 여성 권한 부여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즉시 무조건 석방을 촉구했다. 또 이들 인권단체는 2023년 1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5개월간 알 오타이비가 연락이 두절된 채 구금되어 있었으며 이 기간 신체적 학대를 포함한 심각한 인권 침해를 받아 다리가 골절됐다고 주장했다.

2024년 4월 SCC는 알 오타이비에게 징역 11년형을 선고했다. 혐의는 사우디 테러방지법 제43조, 제44조 위반으로 컴퓨터나 전자기기로 웹사이트나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가동해 테러범죄를 저지르려 한 경우, 어떤 수단으로든 뉴스, 성명, 거짓이나 악의적 소문 등을 방송하거나 공개해 테러범죄를 저지르려 한 경우다.

SCC는 국민의 권리 행사와 옹호 자체가 범죄는 아니지만 테러리스트가 권리 행사나 옹호를 구실로 내세워 정당화하는 행위는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 측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사우디 당국이 최근 홍보해온 여성 권리 개혁이 얼마나 허울뿐인지 드러냈다며 이 판결은 평화적 반체제 의견을 침묵시키려는 당국의 끔찍한 결의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알 오타이비는 수감 중 자신이 착용하는 게 숭고하다면 자신이 원하는 걸 고를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ALQST 측은 그녀를 체포하고 과도한 형량을 선고해 사우디 당국은 자신이 추진 중인 개혁의 모순되는 성격과 여성에 대한 지배를 계속할 결심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뉴스레터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