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치매가 될 위험은 시력이나 청력 같은 인지 기능에서 예측할 수 있다는 게 과거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그런데 눈으로 본 영상을 처리하는 효율이 중요한 치매 예측 요인이 된다는 게 새롭게 밝혀졌습니다.
영국 러프버러 대학 연구팀은 2024년 2월에 발표한 논문에서 시각 민감도 측정을 통해 치매를 진단 12년 전에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연구에선 영국 동부 도시 노리치 근처 거주자 건강을 25년 이상 추적한 EPIC 노퍽 전향적 인구 코흐트 연구 참여자 8,623명에게 시각 민감도 테스트가 실시됐다.
사용된 테스트는 화면에 점이 움직이는 가운데 삼각형이 생성되면 곧바로 버튼을 누르는 것이었다. 참여자 8,623명 중 537명이 나중에 치매 진단을 받았는데 치매가 된 사람은 이 삼각형을 잘 찾아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환자 뇌에서 관찰되는 얼룩 모양 아밀로이드 반점은 기억력과 관련된 영역을 손상시키기 전에 먼저 시각과 관련된 뇌 영역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기억력 테스트보다 눈 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징조를 먼저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물을 보는 능력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는데 알츠하이머병에서는 물체 윤곽을 포착하는 능력, 그러니까 대조감도와 청록색 등 특정색을 보는 능력에 영향이 나타난다. 또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환자는 산만한 자극으로 인해 눈이 갑자기 움직이는 충동적 안구 운동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치매 환자 문제는 주의력 산만으로 이어져 교통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여겨지며 러프버러 대학 연구팀이 이를 조사하고 있다. 또 치매 환자는 처음 보는 사람 얼굴을 처리하는 효율이 낮다. 그러니까 치매 환자는 상대방 얼굴을 눈, 코, 입 순서로 보는 게 정상인과 다르다.
건강한 사람은 상대방 얼굴을 이런 순서로 보는데 이는 상대방 얼굴을 기억하기 위한 과정이며 상대방도 그렇게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치매 환자는 처음 만난 사람 얼굴 등 주변 환경을 관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눈을 움직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치매 환자를 자주 진찰하는 의사 중에는 그 사람이 치매인지 아닌지를 얼굴을 보고 바로 알 수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치매 환자는 사람 얼굴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중에 그 사람을 인식하기도 어려워진다. 그러니까 사람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치매 초기 증상은 단순한 기억장애가 아니라 얼굴에 대한 안구 운동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시각 감도와 기억력이 관련이 있다면 안구 운동 훈련으로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이에 대한 선행 연구 결과는 엇갈리지만 안구 운동이 기억력을 개선시킨다는 연구 결과와 TV 시청이나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의 기억력이 높고 치매 위험도 낮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책을 읽거나 TV를 볼 때 눈은 종이나 화면 위를 자주 오가게 된다. 또 독서 습관이 있는 사람은 교육 기간이 길어 이게 뇌의 여유로 이어져 뇌 일부 연결이 끊어져도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이전 연구에선 좌우 안구 운동을 빠르게 하면 자전적 기억력이 향상된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런 발견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 지식은 아직 기억장애 진단에 활용되지 않고 있으며 안구 운동을 활용한 기억장애 치료법도 일반화되어 있지 않았다. 이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아이트래킹 기술 도입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 교육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연구팀은 안구 운동으로 조기에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도구가 보편화되려면 더 저렴하고 사용이 편리한 아이트래커가 나오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