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시 심박수 늦으면 범죄자 가능성 높은 경향?

심박수는 인간 건강상태나 정신상태를 측정하는 데 중요한 지표지만 심박수와 범죄 사이에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1만 2,000명 이상 여성 범죄 이력을 최대 40년간 추적한 새로운 연구에선 안정시 심박수가 낮은 여성이 폭력 범죄가 아닌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조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를 생각할 때에는 대부분 그 사람 성격, 가정환경, 경제 상황, 고용, 학력 등 사회적 요인을 주목하지만 신경계 기능 등 생물학적 요인을 고려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실제로 안정시 심박수와 반사회적 행동 사이에는 관련성이 있다는 보고가 있으며 2015년 연구에선 안정시 심박수가 낮은 남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반사회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확인됐다. 이 연구는 남성만을 대상으로 했고 여성에서 안정시 심박수와 반사회적 행동의 관련성을 조사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이번에는 미국, 스웨덴, 핀란드 국제 연구팀이 1958년부터 1994년 사이 스웨덴에서 태어나 군대에 입대한 스웨덴 여성 1만 2,499명을 추적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이들 여성 모두 자발적으로 군대에 입대했고 신체 검사에서 심박수와 혈압 등이 측정됐으며 연구팀은 최대 40년간 형사 사건에서의 유죄 판결이나 의도하지 않은 부상 등을 추적했다.

분석 결과 안정시 심박수가 분당 69회 미만인 여성은 분당 83회를 넘는 여성과 비교해 형사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3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시 심박수가 낮은 여성과 유죄판결간 관련성은 폭력 범죄가 아닌 범죄에서 유의미하게 나타났지만 폭력 범죄에선 심박수와 유죄 판결 사이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또 수축기 혈압이 낮은 여성(113mmHg 이하)은 수축기 혈압이 높은 여성(134mmHg 이상)에 비해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 위험이 26%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그 밖에도 안정시 심박수가 낮을수록 자해 행위나 자동차 사고를 제외한 의도하지 않은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거나 사망할 위험이 증가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었다고 한다. 다만 이번 연구는 자발적으로 입대한 여성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일반 인구 집단에선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연구팀은 여군 집단과 군대에 가지 않은 여성을 비교했는데 여군은 사고 위험이 높은 반면 전체 범죄율은 낮았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안정시 심박수가 낮은 건 스카이다이빙 같은 과격한 스포츠나 폭발물 처리 같은 위험한 일에 종사하는 경향과 관련된다는 이전 증거와 부합한다고 주장하며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안정시 심박수가 낮은 게 범죄나 위험한 행동과 관련된 이유로는 심박수 등 신체 기능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 활동이 낮은 사람은 흥분을 추구해 위험을 감수하기 쉽다는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다시 말해 자율신경계 활동이 낮은 사람은 적절한 자극을 얻기 위해 위험한 취미나 범죄를 저지르기 쉬우며 동시에 그런 사람들이 안정시 심박수가 낮은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를 재현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안정시 심박수 저하로 나타나는 자율신경계 각성 수준 저하가 범죄 예측 인자로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선행연구에서 시사된 남성 뿐 아니라 여성에게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