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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어디에 살아도…” 스코틀랜드 증오범죄법 논란

지난 4월 1일 스코틀랜드에서 증오범죄 및 공공질서법(Hate Crime and Public Order Act)이 시행됐다. 인터넷 게시물을 포함해 스코틀랜드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게 증오가 될 수 있는 이 법률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법은 기존 증오범죄 관련 법률을 강화하고 그 중에서도 나이, 장애, 인종·피부색·국적·민족 또는 출신국, 종교, 성적 지향, 트랜스젠더 정체성, 남성 또는 여성이 아닌 성특징 6가지 특성에 대한 증오를 조장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위반하면 최대 7년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인권운동가는 이 법에 모호한 점이 많아 자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며 이 법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문제 삼는 사항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이 법에 따라 범죄자로 취급될 수 있는 사람 범위가 넓다는 것. 이는 새로운 법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에서 볼 수 있는 인터넷상 발언은 모두 스코틀랜드에서 게시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

예를 들어 타히티에 있는 사람이 엑스에 게시물을 올리다가 법이 보호하는 6가지 특성 중 하나에 저촉되어 스코틀랜드인을 불쾌하게 했다면 타히티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지만 스코틀랜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간주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터넷에는 매일 수많은 콘텐츠가 생성되며 대부분은 스코틀랜드 거주자를 포함한 누구나 볼 수 있기 때문에 4월 1일 이후 스코틀랜드에서 엄청난 수에 이르는 증오범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스코틀랜드 경찰은 새 법이 발효된 지 일주일 만에 증오범죄 신고 8,000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런 속도로 신고가 계속되면 1년간 스코틀랜드 경찰에 보고되는 모든 범죄 합계인 41만 6,000건을 넘어 스코틀랜드에서 발생하는 범죄 대부분이 증오범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스코틀랜드에 가본 적도 없는데 스코틀랜드 법에 따라 범죄자로 취급될 수 있다는 주장은 다소 과장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한 변호사는 온라인에 공개되어 스코틀랜드에서 볼 수 있다면 법적으로 스코틀랜드에서 공개된 것으로 간주된다며 이 해석을 지지했다.

2번째 문제는 이 법에서 보호받는 대상이 편향되어 있다는 점이다. 새 법에선 협박이나 폭행뿐 아니라 모욕도 명시적으로 규제되고 있어 범죄로 간주되는 기준이 상당히 완화됐다.

더구나 스코틀랜드 경찰 당국은 증오범죄 여부는 신고자가 불쾌감이나 위협을 느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하며 경찰은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고 경찰관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따라서 누군가가 모욕을 당했다고 느끼면 모두 범죄로 취급될 수 있다.

또 앞서 언급한 6가지 보호 특성 중 3가지가 성소수자 관련 사항이지만 여성이나 남성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다시 말해 여성 비하나 성차별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 이 점에 대해 전문가는 새 법에선 여성이나 남성을 모욕하는 행위는 여전히 완전히 합법적이라고 지적했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2026년 5월까지 여성을 보호하는 별도 법률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 스코틀랜드 의원은 새 법이 자신들과 다른 견해를 가진 여성을 침묵시키고 더 심각하게는 트랜스젠더 권리 운동가에 의해 범죄자로 몰아가려 한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비난했다.

이 증오범죄법에 가장 강력하게 비판적인 인물은 해리포터 시리즈 원작자인 작가 J. K. 롤링이다. 그녀는 새 법이 시행된 4월 1일 엑스에 올린 게시물에서 여장을 하고 에이미라고 자칭하며 11세 소녀를 27시간간 폭행한 혐의로 20년형을 선고받은 유명 트랜스 여성 10명을 거명한 뒤 이건 4월 1일 만우절 장난이라며 분명 이 트윗에서 언급된 이들은 여성이 아닌 남성이라며 자신은 현재 스코틀랜드 밖에 있지만 자신이 여기 쓴 내용이 새 법에 따라 범죄에 해당한다면 스코틀랜드 계몽주의 발상지로 돌아갈 때 체포되기를 기대하겠다며 새 법에 항의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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