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솔린 차량보다 친환경으로 주목받는 전기자동차는 차재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가 무겁기 때문에 같은 크기 가솔린차에 비해 200∼500kg 정도 중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차량이 무거워지면 충돌할 때 에너지도 커진다. 미국 네브래스카대학 링컨, 미육군공병사령부가 실제로 전기자동차를 가드레일에 충돌시킨 실험 영상을 공개했다.
가드레일은 차량이 보도나 도로에 튀어 나오는 걸 방지하기 위해 제공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차가 충돌해도 그렇게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하지만 전기자동차는 배터리로 인해 차량 중량이 가솔린차보다 무거운 경향이 있어 무게 중심도 낮아져 기존 레드레일은 전기자동차 폭주를 막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서 연구팀은 전기자동차 제조사인 리비안이 2022년 출시한 전동 픽업트럭인 리비안 R1T를 가드레일에 충돌시키는 실험을 실시했다. R1T 무게는 3.2톤이 넘으며 주행 속도는 96km/h였다. 가드레일은 파형 강철로 상부 높이는 78cm이며 지중 15cm 강제 지주에 고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충돌하자 그대로 가드레일을 가볍게 뚫는다. 거의 감속하지 않은 채 가드레일 뒤에 있던 콘크리트 재질 방어벽에 충돌한다.
가드레일에 비스듬한 각도로 부딪힌 R1T는 가드레일을 뚫고 나서도 진로를 바꾸지 않고 감속도 거의 하지 않고 폭주했다. 만일 보행자가 있는 공도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대참사는 피할 수 없다. 연구팀은 길거리 안전 시스템 테스트는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2.3톤이 넘는 차량을 막기 위해 제작된 게 아니라며 앞으로 공도를 달리는 전기자동차 수가 늘면 보도 등에 돌진하는 사고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가드레일 등 방어 설비 개선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번 실험에선 R1T 내부에는 그다지 큰 손상은 없어 탑승자가 중상을 입을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가드레일은 보도와 인간을 보호할 뿐 아니라 차량이 도로 밖 위험한 장소에 밀리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예를 들어 가드레일 바깥쪽이 절벽이거나 험한 바위 또는 바다나 호수를 건너는 다리 위라면 전기자동차 내부가 안전해도 탑승자가 사망할 위험이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단체(Center for Auto Safety) 측은 가드레일은 마지막 안전장치라며 3.1톤급 대형 전기자동차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어 우려되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물론 차량 중량이 이 정도 이상인 차가 전기자동차만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 탓에 전체적으로 전기자동차가 무거운 경향인 건 확실하다. 전기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부수는 심각한 사고를 예방하는 한 가지 방법은 가드레일을 더 무거운 차량 충돌에도 견딜 수 있도록 재설계하는 것이다. 1990년대 픽업트럭 등 기존보다 무거운 차가 인기가 있을 때에도 가드레일 강도를 높이기 위해 재설계가 이뤄졌다. 현 시점에선 전기자동차가 신차 판매 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 전후로 대응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